사진/ ICE.gov
- 배터리 제조 설비를 제작하는 세계 단 3곳의 전문 업체 중 하나로, 미국 내에는 관련 생산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 한국 기술 인력이 필연적으로 미국 현장에 투입될 수밖에 없다
- 한국인 기술자들은 단순 노동자가 아니라 미국 공장이 정상 가동될 수 있도록 핵심 장비를 설치하는 전문 인력
- 미국의 산업 정책과 이민 단속이 충돌한 전형적 사례, 결국 지역경제 악화를 불러올 것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주 조지아주 현대차 배터리 공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을 벌여, 한국 국적자를 포함한 475명이 체포되면서 외교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번 작전은 미 국토안보부(DHS) 역사상 단일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최대 규모의 이민 단속으로 기록됐다.
백악관은 이번 단속 이후 “대규모 사업장 급습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작전에 대해 미국 이민변호사협회 찰스 쿡 변호사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번 작전은 원래 특정 라티노 노동자 4명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이들은 현장에 다수의 한국인 근로자가 있다는 사실조차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 한국인 통역관조차 동원하지 못한 채 단속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쿡 변호사는 “체포된 한국인 대부분은 불법 체류자가 아니라, 미국 내 합법적인 비자로 입국해 ‘애프터 서비스(After-sales service)’ 및 설치 업무를 수행하던 기술자들이었다. 이들은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입국 목적을 사전에 신고했고, 비자 소지자의 경우 주재국 영사관을 통해 정식 절차를 거쳐 업무 목적을 밝힌 상태였지만 체포된 것”이라며 “특히 이들이 속한 기업은 배터리 제조 설비를 제작하는 세계 단 3곳의 전문 업체 중 하나로, 미국 내에는 관련 생산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조지아 공장 설비 구축과 설치를 담당해 이후 미국 내 고용 창출에 기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기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쿡 변호사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단속을 넘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글로벌 배터리 장비 공급이 한국·일본·유럽 소수 기업에 집중돼 있어 한국 기술 인력이 필연적으로 미국 현장에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인 기술자들은 단순 노동자가 아니라 미국 공장이 정상 가동될 수 있도록 핵심 장비를 설치하는 전문 인력”이라며 “이번 사태는 미국의 산업 정책과 이민 단속이 충돌한 전형적 사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국내 여론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불법이민자 강제 추방에 호응하던 사람들도 이번 현대차 배터리 공장 급습에 대해서는 ‘큰 실수’라며 미국에 투자하기 위한 공장 건설이 미뤄지고 결국 지역경제 악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수십년에 걸친 동맹을 훼손하는 결정이었다는 반응과 함께 한국 기업의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서 이민당국의 행보에 비판적 시각이 증가하고 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