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CNBC (Samsung’s advanced logic chip fab in Taylor, Texas, shown in July, 2026. Samsung)
엔지니어가 인력 부족의 약 60%, 기술직이 약 40%
삼성 오스틴 세미컨덕터도 200개 넘는 채용공고
테일러 공장 가동 앞두고 인재 확보가 핵심 과제로
삼성 “고교부터 대학 · 기술학교까지 인력 파이프라인 구축”
[오스틴=텍사스N] 미국이 반도체 생산시설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지만 공장을 실제로 가동할 엔지니어와 기술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향후 반도체 산업 성장의 주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대규모 반도체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텍사스에서는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등 신규 생산시설이 본격적인 가동 단계에 들어가면서 전문인력 확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SEMI Foundation과 글로벌 컨설팅업체 McKinsey & Company의 최근 미국 반도체 인력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 반도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산업의 인력 부족 규모는 약 12만7천 명에서 최대 15만7천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SEMI는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가 급증하면서 숙련 인력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CNBC도 지난 17일 미국 반도체 제조업계의 인력 부족 문제를 집중 조명하면서 삼성 오스틴 세미컨덕터(Samsung Austin Semiconductor)의 존 테일러(Jon Taylor) 수석부사장을 인터뷰했다. 삼성 측이 CNBC 보도를 소개하며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부족 인력 가운데 엔지니어가 약 60%, 기술직이 약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공장은 건물과 첨단 장비만 확보한다고 가동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공정·전기·기계·화학 분야 엔지니어부터 장비를 유지·보수하고 생산라인을 운영하는 숙련 기술직까지 대규모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McKinsey의 별도 분석에서도 이 문제가 확인된다. 미국 내 신규 반도체 투자로 2024년부터 2029년까지 엔지니어와 기술직을 중심으로 약 16만 4천 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인력양성 프로그램의 성과에 따라 격차 규모는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의 인력 공급 구조만으로는 상당한 부족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전국적인 인력난은 삼성의 중부 텍사스 투자와도 직접 연결된다.
삼성 오스틴 세미컨덕터는 현재 채용 홈페이지에 200개가 넘는 일자리를 게시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엔지니어와 기술직이다. 회사는 미국 반도체 생산능력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필요한 인력을 단기간에 외부에서 채용하는 방식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보고 장기적인 인력양성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은 현재 오스틴에 이어 윌리엄슨카운티 테일러에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회사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테일러 캠퍼스는 향후 10년 동안 1,800개 이상의 첨단기술 일자리를 직접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용 대상도 고졸·GED 수준의 기술직부터 엔지니어와 박사급 전문인력까지 폭넓게 구성될 전망이다.
삼성은 2026년 테일러 팹에서 EUV 극자외선 기술을 활용한 2나노미터 반도체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연말까지 시설을 가동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회사는 향후 중부 텍사스 지역에 370억 달러 이상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삼성의 인력 전략은 이미 대학 졸업자를 채용하는 단계보다 훨씬 앞에서 시작된다.
삼성 오스틴 세미컨덕터는 이른바 ‘5-Star Workforce Development Plan’을 통해 K-12 공교육, 2년제 기술·직업학교, 4년제 대학, 지역사회 기관, 군 전역자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반도체 인력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일러 독립교육구와의 협력이다.
삼성은 2023년 Taylor ISD에 100만 달러를 기부해 고등학교 직업·기술교육 CTE 프로그램 확대를 지원했다. 학생들이 실제 장비와 실습시설을 이용하면서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제조업 진로를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고등학생이 실제 삼성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유급 인턴십도 운영하고 있다. 삼성은 매년 여름 최소 24명의 Taylor ISD 학생을 선발해 오스틴 또는 테일러 캠퍼스에서 6주 동안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제조 현장뿐 아니라 건설, 사이버보안 등 다양한 부서를 경험할 수 있다.
대학과의 연계도 확대하고 있다.
UT 오스틴은 2025년 반도체 과학·공학 석사과정인 MSSE(Master of Semiconductor Science and Engineering)를 시작했으며 삼성은 이 프로그램 학생 4명에게 각각 학비 전액에 해당하는 7만 달러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은 삼성에서 여름 인턴십과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도 얻는다.
삼성에 따르면 2025∼26학년도에는 삼성 연구진이 직접 참여하는 6개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됐으며, 2026년 여름에는 대학원생 4명이 삼성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삼성전자는 2023년 이후 반도체 인력과 연구 프로그램에 6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회사의 지역 인력개발 투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삼성 오스틴 세미컨덕터는 2025년 한 해 UT 오스틴, 오스틴 커뮤니티칼리지, 텍사스 A&M 등과의 프로그램을 포함해 인력개발 사업에 590만 달러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신입 엔지니어를 위한 사내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Samsung Emerging Engineer Development’ 프로그램은 새로 입사한 엔지니어들에게 반도체 제조공정과 생산 시스템에 대한 집중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한다.
미국 반도체 산업의 인력 부족은 단순한 기업 채용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추진해온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실효성과도 연결된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에서는 텍사스를 비롯해 애리조나, 뉴욕, 오하이오 등에서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첨단 생산설비가 완성돼도 이를 운영할 엔지니어와 숙련 기술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실제 생산능력을 계획대로 끌어올리기 어려울 수 있다.
SEMI Foundation은 이 때문에 미국 국립과학재단 NSF와 함께 ‘National Network for Microelectronics Education’을 구축하고 지역별 대학과 산업계, 직업훈련기관을 연결하는 인력양성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SEMI는 현재 예상되는 최대 15만7천 명의 인력 격차를 줄이려면 교육과 산업 현장을 직접 연결하는 전국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중부 텍사스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현실적이다.
삼성의 오스틴·테일러 캠퍼스는 이미 지역 경제와 고용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회사가 발표한 2025년 경제효과 분석에 따르면 두 캠퍼스의 운영과 건설 활동은 중부 텍사스에서 직접·간접적으로 2만8,746개의 일자리를 뒷받침했고 근로자 임금은 20억 달러에 달했다.
결국 미국의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 경쟁에서 다음 단계의 과제는 공장을 어디에 얼마나 많이 짓느냐뿐 아니라 그 공장에서 일할 사람을 얼마나 빠르게 길러낼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삼성 오스틴 세미컨덕터가 초등·중등교육부터 고등학교 인턴십, 커뮤니티칼리지와 대학, 신입 엔지니어 교육까지 인력양성 범위를 넓히는 것도 이 같은 구조적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 전략이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