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P (A document with an email chain from Jeffrey Epstein illustrates the amount of redactions of personally identifiable information that the U.S. Department of Justice was required to do before release of Epstein documents, is photographed Sunday, Feb. 1, 2026. (AP Photo/Jon Elswick))
미국 법무부가 제프리 엡스타인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대규모 수사 자료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신상 정보와 민감한 사생활 자료가 대거 노출되는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 보호를 전제로 한 법률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고 AP가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법무부는 엡스타인 사건 수사 기록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연방법에 따라 지난주 금요일 관련 자료를 일괄 공개했다. 그러나 법무부 가 공개한 방대한 문서와 사진에는 나체 사진, 성범죄 피해자들의 실명과 얼굴, 은행 계좌번호와 사회보장번호(SSN)까지 그대로 드러난 사례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 법은 엡스타인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이름은 삭제하고, 사진 속 얼굴과 신체는 식별 불가능하도록 처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AP 통신을 비롯해 미국내 주요 언론들이 검토한 결과 편집 과정에서 허술하거나 일관성 없는 처리, 혹은 아예 삭제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무수히 발견됐다.
미성년 피해자 사진·실명 보고서 그대로 공개
플로리다에서 미성년 시절 엡스타인에게 성적 마사지 일을 하도록 고용됐던 한 소녀의 사진은 ‘피해자 목록’ 차트에 그대로 실렸다. 일부 경찰 보고서에는 공개적으로 신원을 밝힌 적 없는 피해자들의 이름이 전혀 가려지지 않은 채 포함돼 있었다.
법무부가 문제를 인지하고 일부 자료를 수정·삭제했음에도 수요일 저녁 기준으로 욕실에서 촬영된 여성의 나체 셀카와 상반신이 노출된 여성 사진이 여전히 웹사이트에 남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인물들의 연령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얼굴은 완전히 식별 가능한 상태였다.
이에 일부 피해자들과 대리인들은 법무부에 자료 공개 사이트를 즉각 폐쇄하고, 독립적인 감시인을 고용해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뉴욕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한 법원 심리가 예정됐으나, 일부 수정 조치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취소됐다. 그러나 피해자 측 변호사 브리트니 헨더슨은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이미 발생했다”며 추가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성명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정부가 보호를 약속한 인간을 지키지 못한 중대한 실패”라며 “모든 문서가 완전히 정정될 때까지 이 실패는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엡스타인과 측근 길레인 맥스웰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힌 애니 파머는 자신이 16세였던 당시 사건은 이미 알려졌지만, 이번 공개 자료에 생년월일과 전화번호 등 사적으로 보호돼야 할 정보까지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NBC 뉴스에와 인터뷰에서 “이 사태 전개 방식에 분노를 느낀다”며 “극도로 부주의한 처리로 인해 사람들이 실제로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끔찍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기술적 또는 인적 오류가 원인이라며, 문제가 된 자료 상당수를 삭제하고 적절히 수정된 버전을 재공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번 문서 검토 작업은 극도로 촉박한 일정 속에서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9일 관련 법안에 서명했고 법은 30일 이내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법무부는 개인정보 보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기한을 넘겼다.
수백 명의 법무부 소속 변호사들이 기존 형사 사건 업무에서 차출돼 문서 검토 작업에 투입됐고, 이로 인해 뉴욕의 한 연방판사는 “다른 사법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번 데이터베이스는 2019년 엡스타인이 연방 성매매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던 중 뉴욕 교도소에서 사망한 이후 진행돼 온 수사 가운데 최대 규모의 자료 공개다.
법무부는 “피해자와 가족 관련 정보만 제한적으로 삭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변호사와 공적 인물들의 이름까지 무작위로 삭제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법무부는 나체가 포함된 사진이나 피해자로 오인될 수 있는 여성의 사진은 모두 삭제할 방침이었다고 밝혔으나, 일부 사진에서는 얼굴만 가려진 채 신체 대부분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의류 매장 탈의실에서 옷을 입어보는 모습이나 수영복 차림으로 휴식 중인 여성들이 식별 가능한 상태로 남아 있었고 한 여성의 사진 100여 장 가운데 마지막 한 장만 얼굴이 완전히 노출된 채 남아 있는 사례도 발견됐다.
안미향 기자 amai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