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민주평통 휴스턴 협의회의 강연회 연사로 나선 휴스턴대학교 클리어레이크의 이세형 정치학 교수
정치얘기를 하다보면 서로 의견이 다를 경우, 진보와 보수로 정치성향도 다를 경우 언성이 높아지기 쉽다. 스스로가 옳다고 믿는 것을 상대에게 관철시키기 위해 결국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처럼 정치얘기를 하다보면 우리는 왜 분노를 느끼는가에 대해 휴스턴대학교 클리어레이크의 이세형 정치학 교수는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며 결국엔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에 나온 틀로리 프라블럼 즉 철로를 이탈한 전차 문제가 있다. 당신이 전차 기관사이고 브레이크가 고장났다. 철로는 양갈래로 나뉘고 한쪽엔 다섯명의 인부가 있다. 다른 한쪽에는 한명이 있다. 이때 당신은 핸들을 어느 방향으로 돌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다섯명이 죽는것보다 한명이 죽는 것이 낫다는 공리주의 판단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지난 18일(일) 민주평통 휴스턴협의회(회장 박요한) 강연회에 참석한 청중들 역시 공리주의를 선택했다. 이세형 교수는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킨 데 대한 고통의 양도 크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트롤리 문제는 정치철학의 공리주의와 자유주의, 공동체 주의의 예시에만 불과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 환자가 급증할 당시 미국에서도 고압산소기 부족문제를 겪었다. 넘쳐나는 환자들 중에서 누구에게 먼저 고압산소기를 제공하느냐의 문제는 누구의 생명을 살리느냐가 아니라 누구의 생명을 버릴 것이냐에 대한 문제였다. 도덕적 딜레마에 빠질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진 것.
부족한 고압산소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이후 의료진들 역시 상당한 압박감에 우울증을 호소하거나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이세형 교수는 공리주의에 기반해 “여러명의 목숨을 살렸지만 한사람의 목숨을 살리지 못한 괴로움”에도 주목하며 정치철학은 동떨어진, 어려운 학문이 아닌 현실생활에서 나타나는 현상임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자연과학에서는 답이 정해져있다. 답을 찾기 어렵다 하더라도 답은 있지만 정치철학에는 답이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립되는 주장들을 객관화시켜 살펴볼 경우 양측의 의견이 다 맞다. 결국엔 선택과 결정의 문제라는 것이다.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과 총기를 소유할 자유에 대한 주장도 각자의 말은 다 옳다. 백신도 그렇다. 공공보건을 위해 강제해야 하는냐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하는 의견충돌 역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선택의 문제이며 이것또한 ‘정치’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세형 교수는 미국의 이민문제와 한국의 남북문제 등 한국정부나 미국정부의 정책에서도 의견은 상반되기 때문에 늘 갈등이 있지만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하나를 선택한 경우 잃게 되는 가치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면서 정치철학이란 대학강단에서나 배우는 교과과목이 아닌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미향 기자 텍사스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