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C헬스 홈페이지
슈퍼마켓에서 고기나 과일·채소를 감싼 플라스틱 포장재를 뜯을 때, 우리 음식 속으로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스며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새 연구는 델리 고기와 치즈 포장을 열거나, 티백을 뜨거운 물에 담그거나, 우유·주스 종이팩을 개봉할 때에도 플라스틱 오염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유리병이나 플라스틱병의 뚜껑을 반복적으로 여닫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미세플라스틱이 음료에 방출된다는 것이다.
리사 치머만 스위스 푸드 패키징 포럼 연구원은 학술지 NPJ Science of Food에 발표한 논문에서 “뚜껑을 열고 닫을 때마다 미세플라스틱 수가 증가했다”며 “식품 포장재 사용 그 자체가 미세·나노플라스틱의 직접적 발생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맥주, 통조림 생선, 쌀, 미네랄워터, 티백, 소금, 패스트푸드, 청량음료 등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식품 포장재와 가공 장비가 음식 속 미세플라스틱의 중요한 오염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같은 연구단체가 발표한 별도 조사에서는 가공·포장·보관 과정에서 3,600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식품으로 스며들며, 이 가운데 79종은 암, 유전 변이, 내분비·생식계 질환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플라스틱은 5mm 이하, 나노플라스틱은 머리카락 굵기의 1/1000에 불과할 만큼 작아 소화관이나 폐를 통과해 혈액에 들어가 전신으로 퍼질 수 있다.
최근 연구들은 뇌, 고환, 혈액, 폐, 간, 소변, 분변, 모유, 태반 등 인체 거의 모든 곳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2024년 3월에는 경동맥 조직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환자가 향후 3년간 심근경색, 뇌졸중, 사망 위험이 두 배 높다는 연구도 나왔다.
분석 결과 초가공식품(UPF)에서는 비가공식품보다 훨씬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가공 단계가 늘어날수록 플라스틱 장비와 접촉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또 포장재가 열·햇빛·세척·마찰에 노출될수록 방출량이 증가했다.
예컨대 멜라민 그릇을 여러 차례 세척할수록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개인이 노출을 줄이려면 △스테인리스·유리 용기 사용 △플라스틱 용기 전자레인지·식기세척기 사용 자제 △재활용 코드 ‘3’(프탈레이트 가능성 높은 PVC) 피하기 등을 권고하면서도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 등 세계 각국이 강력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