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6대 오스틴 한인회장 선거관리위원회 박용락 위원장(왼쪽)과 26대 한인회장 입후보를 준비하고 있는 강수지 대표(오른쪽)
26대 오스틴 한인회장 선거를 앞두고 일명 ‘어스틴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불리는 한인 16인과 오스틴 조찬모임, 재향군인회, 월남전 참전전우회, 해병대전우회 등 4개 단체가 ‘어스틴 한인회의 정상화를 촉구합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지난 2022년 박용락 선관위원장 책임하에 자행됐던 25대 어스틴 한인회 선거과정에서의 불법은 다음과 같다”며 “선거세칙을 위반하고 등록금을 현금으로 납부한 것과 한인회칙에 없는 변칙회칙을 내세워 당시 강수지 후보를 부적격자로 만들어 경선을 원칙적으로 봉쇄했으며 강후보자의 공탁금 4,000달러를 현재까지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적었다.
또 이희경 한인회장이 2022년 8월 오스틴 한인들이 모인 공청회에서 당시 선거과정에서의 불법을 인정했고 한인들의 선처를 받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그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희경 회장은 우선 공탁금 미반환 여부에 대해 “선관위가 업무를 마치고 해체된 상태에서 공탁금은 한인회 계좌로 들어갔다. 돌려주겠다고 했고 한인회 계좌에서 출금한 내역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니 한인회 서식에 서명을 하고 가져가라고 했지만 본인이 서명을 거부했고 받아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어스틴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난 25대 한인회 선거가 파행이었으니 정상적인 한인회의 출범을 간절하게 소망한다”며 “선거관리위원장을 한인들이 요구하는 인물로 다시 지명해야 한다. 지난 한인 공청회에서 이희경 회장이 파행 불법선거를 인정했기 때문에 선관위원장 또한 불법을 자행한 장본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 이희경 회장은 “한인회 선거를 위한 선거관리위원장 임명은 한인회 권한”이라면서 “미주 어느 지역 한인회도 한인들이 요구하는 인물로 선관위원장을 임명하는 경우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 회장은 이어 “나는 파행 불법선거를 인정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성명에 참여한 이들은 또 “어스틴 한인사회를 위한 어스틴 한인회장 후보의 자격은 한인사회의 리더로서 봉사정신이 있고 어스틴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한인이라면 누구든지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한인회장에 출마하고자 하는 후보자가 한명 이상일 때는 경선이라는 과정을 통해 한인들의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6대 오스틴 한인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입후보자 자격 ‘나’항에 대한 직격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오스틴 선관위는 입후보자 자격에 ‘한인회 정관 제5조 1항에 의거하여 직전 3개년도에 최소 1년 이상 본회의 활동에 성실히 참여한 회원이어야 하며 이사회에서 의해 정해진 자격요건 및 기타요건을 만족하여야 한다’고 적시했다.
회장 입후보를 준비하고 있는 조아부동산 강수지 대표에게는 ‘나’항이 독소조항으로 작용될 소지가 크다. 지난 25대 회장 선거와 마찬가지로 출마자격 자체를 인정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스틴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성명서를 통해 한인이라면 누구든지 한인회장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희경 회장은 “선거과 관련된 내용은 직접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모든 선거과정은 선거관리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현직 회장은 선관위원장을 임명할 뿐 선거의 모든 사안은 선관위원들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회장은 “최소 1년이상 본회의 활동에 성실히 참여한 회원이라고 적었다. 강수지 후보가 차기 회장을 노렸다면 회장선거 이후 한인회의 국가기념일 행사나 연말행사 등에 성실히 참여했다면 자격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2년 전 회장 선거 이후 한인회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성명서에 이름을 넣은 한인들 역시 2년 동안 한인회 행사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으면서 또다시 선거철이 되니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오스틴 거주 한인은 “한인회 정상화를 2년 전부터 꾸준히 요구했더라면 더욱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라도 발전적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대립각을 세우기 보다 양측의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 선거철이 되니 또다시 대립구도를 만들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이라고 말했다.
한인 6.25 참전용사로 오스틴에서 유일하게 생존해있는 손정철 씨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단체들이 활동하는지 잘 모른다. 재향군인회가 언제 생겼는지 모르지만 내가 배재됐다면 슬픈일이다. 나 몰래 만들어서 하고 있다면 서운한 생각은 들지만 충돌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