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텍사스트리뷴(Family members and friends participate in a march in Uvalde on July 10, 2022, in support of those killed and injured in the school shooting at Robb Elementary. Credit: Evan L’Roy/The Texas Tribune)
지난 5월 24일 유벨디 롭 초등학교 총격참사는 시스템의 총제적 실패가 부른 참극이었다. 텍사스 하원 위원회는 17일(일) 유벨디총격사건과 관련해 77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안전계획을 준수하지 않은 유벨이 교육구, 학교총격 사건에 대응한 훈련지침을 무시한 경찰대응 등 법집행당국의 시스템 부재로 인한 인재라고 결론지었다.
법 집행당국의 모든 과정이 실패
알라모(Alamo)를 방어한 수비대보다도 많은 인원인 총 376명의 법 집행관이 1시간 이상 우왕좌왕했고 현장지도력은 없었으며 의사소통 및 총격범 제압에 느긋하게 대응하는 등 긴급성이 결여된 대응을 보였다.
376명 중 149명은 국경순찰대였고 91명은 주 경찰이다. 또 25명의 유벨디 경찰관, 16명의 카운티 보안관, 학교경찰관 5명, 연방마약단속국 까지 최대인원이 급파됐지만 수사지휘관이 없었다. 현장 수사지휘 혼선은 일선 경찰들을 기다리게 했고 19명의 아이들과 2명의 교사가 목숨을 잃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법집행기관은 현장에 수사지휘관이 없을 경우 다른 경찰관이 임무를 수행하며 ‘공공장소에서 대규모 공격’에 대해 즉각 대응을 해야 한다. 하지만 유벨디 참사현장에는 현장진압 및 대응과 관련한 그 어떠한 메뉴얼도 작동하지 않았다.
하원위원회는 보고서에서 “그들은 자신의 안전을 희생자의 생명보다 우선시했다”며 “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격난사이후 경찰은 총격을 가한 총격범에 즉시 맞서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고 경찰 자신의 안전을 위해 오히려 후퇴했다”고 적었다.
법집행에서 나타난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현장 리더십과 의사소통의 부재는 참사현장에서 혼란을 일으켰다. 현장에서 경찰관들의 소통도구가 되는 무선 라디오가 작동하지 않은 것을 알았을 때 더 나은 방법을 찾았어야 했고 범인이 있는 바리케이트를 친 교실로 진입하기 위해 긴급하게 움직였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멕시코 국경인접, 빈번한 이민자 경찰추적에 경고음에 둔감 … 학교의 안전 불감증
롭 초등학교는 5피트 높이의 울타리로 둘려싸여 있으며 비상경보시스템과 교직원이 학교 출입문을 잠그도록 하는 학교정책이 있다. 하지만 교직원들은 종종 문을 잠그지 않거나 오히려 열어두고 있는 일이 많았다. 학교측은 학교 출입문의 잠금장치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학교 관리인은 잠금장치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교직원이 학교정책에 따라 문을 잠갔다면 아이들이 피신하는 시간이 벌 수 있었지만 사건 정황으로 봤을 때 당시 학교의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게다가 멕시코 국경과 인접한 탓에 교사들이 경보음에 둔감해진 탓도 지적됐다. 유벨디와 인근지역에서는 빈번한 이민 관련 경찰 추적이 발생되고 있어 이로 인한 발령되는 경보 시스템에 둔감해져 처음에는 침입자 경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다는 것이다.
소시오패시가 보낸 경고에 대한 무관심
총격볌인 살바도르 라모스는 살해 전부터 폭력적인 공격을 계획했다. 라모스는 1년 전 소셜미디어에서 ‘학교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다른 사용자에 대한 폭력적인 위협이 자주 발생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총격범 라모스에게는 고등학교 중퇴한 이후 사회적으로 버림받았다는 자의식에 빠져 폭력행위가 스스로에게 ‘유명세’를 줄 것을 믿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라모스는 자살과 참수에 대한 비디오와 이미지를 공유한 소시오패스 성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었다. 그는 두개의 패스트푸드점에서 근무했지만 여직원을 괴롭힌 이후 해고됐다.
함께 근무한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총에 관련한 대화 한번 외에는 그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았다. 라모스는 할머니와 살면서 총기를 구입할 돈을 모았다. 그는 17세 때부터 총기를 구입하려고 주변 지인들에게 대신 구매를 요청했다. 이후 5월 16일 만 18세가 되면서 총을 구입할 수 있는 법적 연령이 된 후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
보고서는 라모스의 소시오패스 성향이 보낸 경고 징후를 그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총격 이후 당국의 거짓말 … 신뢰훼손
총격사건 이후 며칠 동안 법집행 당국은 거짓발표로 일관했다. 2명만 부상을 입었다는 첫 보고 이후 13명 부상당했다고 말을 바꾼다. 이처럼 부상자와 사망자수를 속여가며 대중에게 거짓발표를 했고 그레그 에봇 주지사와 다른 지방정부 단체장들에게마저도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회견에서도 공공안전국의 거짓말은 이어진다. 총격범이 들어갔던 외부 출입문이 잠겨 있었다며 언론을 통해 연일 속보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대중들에게 진실을 알리지 않았다.
보고서의 결과는 암울하고 참담하다. 총격범은 경찰이 학교에 도착하기 전에 대부분의 총알을 발사했다. 약 3분 동안 100발을 발사했기에 경찰이 즉시 침입했다면 사망자 수를 낮출 수 있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법집행당국이 더 빠르게 대응했다면 총격범을 조금 더 이르게 제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원 위원회는 “당국의 빠르게 대응했다면 사고당시 생존한 피해자와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한 피해자들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미향 기자 텍사스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