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승무를 선보이는 한나래 허현숙 단장.
한나래 창단 10주년…허현숙 단장이 말하는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시작한 작은 무대 … 휴스턴 미술관, 디스커버리 그린까지
한인 입양인과 차세대, 한국문화로 연결 … “더 큰 무대에서 제대로 된 한국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휴스턴=텍사스N] “제대로 된 한국 전통문화를 큰 극장, 큰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휴스턴 전통무용단 한나래를 이끌어온 허현숙 단장이 10년 전 품었던 생각이다.
K팝이 미국 젊은이들의 플레이리스트에 자리 잡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전부터, 허 단장의 시선은 조금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화려하게 뻗어나가는 한국 대중문화의 뒤편에 수백 년을 이어온 춤과 장단, 한복과 전통연희가 있었다.
그것을 미국 한복판에서 제대로 보여줄 무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한나래(Han Narea)가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았다.
2016년 비영리단체로 공식 출범한 한나래의 이름에는 ‘한국의 날개(Korean Wings)’라는 뜻이 담겼다. 한국 전통문화를 휴스턴 사회와 연결하고, 언젠가는 한국의 수준 높은 공연팀을 직접 초청해 미국 관객들에게 선보이겠다는 꿈도 그 이름에 함께 실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한나래의 무대는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휴스턴 미술관(The Museum of Fine Arts, Houston)과 디스커버리 그린(Discovery Green), 아시아 소사이어티 텍사스 센터(Asia Society Texas Center)로 넓어졌다.
하지만 허 단장이 말하는 한나래의 10년은 공연장의 크기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고, 춤을 가르치고, 한복을 입혀주고,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입양인에게 자신의 뿌리를 다시 만날 기회를 만들어주는 일. 한나래가 지난 10년 동안 이어온 일들은 결국 ‘사람과 사람을 한국문화로 잇는 과정’이었다.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시작된 첫 무대
한나래의 출발은 거창하지 않았다.
허 단장은 휴스턴 지역에서 한국 전통예술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한국 현대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었지만 한국의 전통 춤과 음악, 연희를 지속적으로 소개하는 무대는 많지 않았다.
처음에는 휴스턴 지역 농악팀과 함께 활동하며 전통공연이 현지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살폈다. 그러던 중 세븐 레익스 고등학교(Seven Lakes High School) 한국문화 클럽을 이끌던 교사와 인연을 맺었다. 학생들에게 한국문화를 제대로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맞아떨어졌다.
그 만남은 한나래를 정식 비영리단체로 출범시키는 계기가 됐다.
첫 번째 본격적인 무대는 세븐 레익스 고등학교와 함께 마련한 ‘케이티 한국문화의 밤(Katy Korean Culture Night)’이었다.
전문 전통예술 공연을 지역사회에 소개하는 동시에 학생들도 자신들이 좋아하고 배워온 K-컬처를 무대에서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 공연이 열린 곳은 학교 카페테리아였다.
작은 공간에서 시작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컸다. 행사가 이어지면서 참가자와 관객이 늘었고 2018년에는 학교 극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허 단장이 처음 꿈꿨던 ‘큰 무대의 한국 전통문화’가 아주 작은 무대에서부터 조금씩 현실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가연’ … 문화로 맺어진 즐거운 인연
한나래가 지난 10년 동안 중요하게 여겨온 말 가운데 하나는 ‘가연(佳緣)’이다. 문화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즐겁게 만나 좋은 인연을 맺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한나래의 활동은 공연에만 머물지 않았다.
허 단장은 연령이나 배경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전통무용과 음악 수업을 열었다. 지역 전통춤의 섬세한 움직임부터 장구의 장단까지 하나씩 가르쳤다.
처음에는 한국문화를 배우기 위해 찾아온 학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무대에 설 수 있는 공연자로 성장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나래 공연팀의 중심 멤버가 됐고, 다시 학교와 지역사회 행사에 나가 한국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가르치고, 배우고, 다시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순환이 만들어진 셈이다.
허 단장에게는 무대에 서는 몇 사람만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처음 장구채를 잡아보는 어린이, 한복을 처음 입어보는 미국인, 공연을 보며 장단에 맞춰 박수를 치는 관객까지 모두 그 과정의 일부였다.
매년 휴스턴 코리안 페스티벌(K-Fest)에 등장하는 한나래의 ‘한복 포토부스’도 그런 생각에서 시작됐다.
Korean American Society of Houston(KASH)과 함께 시작한 한복 체험은 당초 한나래의 문화·봉사 프로그램을 위한 기금 마련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면서 축제를 찾는 관람객들이 기다리는 인기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복을 고르고 옷고름을 매고 사진 한 장을 남기는 짧은 경험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한국문화를 처음 몸으로 경험하는 순간이 된다.
휴스턴 대표 문화기관으로 넓어진 무대
10년 동안 한나래의 활동 반경은 휴스턴 곳곳으로 확대됐다. 휴스턴 미술관과의 협력은 한나래의 활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나래는 미술관 한국미술관(Arts of Korea Gallery) 관련 문화행사에 참여하면서 전시된 한국 미술품과 실제 공연예술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한국에서 사물놀이 뉴닷(Samulnori Newdot), 여성 타악그룹 도리(Dori) 등 전문 공연팀을 초청한 것도 그 과정의 하나였다. 관객들은 유리 진열장 속 유물을 감상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북과 장구의 울림, 공연자의 움직임을 통해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한국문화를 만날 수 있었다.
디스커버리 그린과의 협업도 이어졌다. 음력설 축제 등 휴스턴 도심의 대규모 다문화 행사에 참여하면서 한국 전통공연을 한인사회 밖의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텍사스 센터에서는 ‘Super Saturday’를 비롯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한인 입양인과 가족을 위한 문화행사도 꾸준히 이어왔다.
특히 한인 입양인 프로그램은 한나래의 지난 10년 가운데 허 단장이 중요하게 여기는 활동이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문화를 가까이 접할 기회가 없었던 입양인들에게 춤과 음악, 음식과 미술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2023년 시작한 한인 입양인 초청 프로그램은 올해 네 번째 행사를 맞는다.
오는 10월 17일 오전에는 휴스턴 미술관에서 한인 입양인들이 주축이 되는 세미나와 한국갤러리 투어가 열린다. 참가자들은 이후 한인타운으로 이동해 한나래 창단 10주년을 기념하는 ‘얼쑤 한마당’에도 함께한다.
10년 만에 다시 처음의 꿈으로
흥미로운 점은 10년을 돌아본 한나래가 다시 출발점에서 품었던 꿈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큰 무대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그 꿈은 사라지지 않았다.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시작해 지역 축제와 미술관, 문화기관으로 한 걸음씩 무대를 넓혀온 시간이 오히려 그 꿈을 구체적으로 만들었다.
한나래가 새롭게 키우고 있는 ‘얼쑤 한마당’도 그 연장선에 있다.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아 열리는 ‘2026 얼쑤 한마당’에는 한국의 청년 전통연희팀 ‘이을’이 함께한다. 한국 전통에 현대적 감각과 움직임을 더한 젊은 예술가들과 휴스턴에서 10년 동안 한국의 춤을 알려온 한나래가 한 무대에 선다.
허 단장이 2016년 한나래를 비영리단체로 만들면서 품었던 목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휴스턴 자체 공연팀을 키우는 동시에 한국에서 활동하는 수준 높은 예술가들을 초청해 현지 관객에게 한국 전통예술의 깊이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한나래의 10년은 결국 ‘무대를 만드는 일’이었다.
춤을 배울 수 있는 무대, 학생이 한국문화를 표현할 수 있는 무대, 한국에서 온 예술가가 미국 관객을 만날 수 있는 무대, 입양인이 자신의 문화적 뿌리와 다시 마주할 수 있는 무대다.
그동안 수업과 학교 워크숍, 지역축제와 미술관 공연을 거치며 한나래가 놓지 않은 것도 하나다. 한국 전통공연예술을 과거의 문화로 남겨두지 않고 지금 이곳에서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문화로 이어가는 것이다.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시작한 작은 무대는 그렇게 10년을 날아왔다.
그리고 ‘한국의 날개’라는 이름처럼, 한나래는 이제 그 무대를 더 넓은 곳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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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