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CBS 캡쳐
- 웨이코(Waco), 갈랜드(Garland), 덴튼(Denton) 등 19개 학군에서는 세율 인상안이 통과
- 납세자들 “이제 더는 여유가 없다” … 정부의 지출 증가에 대한 견제 의지 강해
텍사스 전역에서 열린 이번 주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재산세 인상안에 대거 반대표를 던지며, 세금 감면 확대를 추진하는 공화당 주정부의 기조에 힘을 실었다.
텍사스트리뷴의 분석에 따르면, 주 전역에서 학교구와 시정부들이 교사와 경찰 인력 충원, 도로 보수, 교육시설 운영비 확보 등을 이유로 추진한 재산세 인상안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부결됐다.
특히 진보 성향이 강한 오스틴에서는 노숙자 문제 해결, 공공안전 강화, 예산 적자 해소 등을 위해 추진된 20% 재산세 인상안이 예상 밖으로 부결되며 시정부에 큰 충격을 안겼다.
오스틴시는 약 1억 1천만 달러(약 1,520억 원)의 세수를 확보해 3천 300만 달러 규모의 예산 적자를 메우고, 공원·치안·노숙자 지원사업 등에 투입하겠다는 내용의 증세안을 주민투표에 부쳤다. 이 안이 통과됐다면 일반 가정의 연간 재산세 부담은 약 303달러 늘어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생활비 부담이 이미 과중하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시정부의 재정 운영에 대한 불신도 작용했다. 오스틴은 최근 몇 년 사이 잇따라 세율 인상안을 주민투표에 부쳐왔으며, 특히 2020년 대중교통 확충 사업)을 위해 20% 인상을 승인했지만 이후 예산 초과와 사업 지연이 반복됐다.
반대 운동을 주도한 시민단체 ‘세이브 오스틴 나우’의 맷 마코비악 대표는 “시정부는 파티를 계속하려 하고 청구서를 시민들에게 돌리고 있다”며 “이번엔 시민들이 그 청구서를 되돌려 보냈다”고 말했다. 결과 발표 후 커크 왓슨 오스틴 시장은 이번 부결을 “시정부에 대한 신뢰 투표이자 경고”로 평가하며 “예산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과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민들이 다시 시정부를 믿을 수 있도록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에서 메스킷(Mesquite) 등 다른 도시에서도 재산세 인상안이 잇따라 부결됐다. 메스킷 시의 경우, 소방관 2명과 경찰관 3명을 추가 채용하기 위한 인상안이 기각됐다.
반면 웨이코(Waco), 갈런드(Garland), 덴튼(Denton) 등 19개 학군에서는 세율 인상안이 통과됐다.
휴스턴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 폴 베튼코트는 “유권자들이 더 많은 감세를 원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며 “주정부는 2026년 중간선거와 2027년 입법회기에서 재산세 추가 인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레그 애봇 주지사도 재산세 감면을 2026년 선거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주정부는 이미 향후 2년간 510억 달러를 투입해 학군 재산세 부담을 줄이는 대규모 감세안을 시행 중이다.
텍사스 납세자·조사협회(TTRA)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9년까지 학군 751곳이 세율 인상안을 상정했으며, 그중 80%가 유권자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44개 학군 중 절반 이상이 부결돼, 명확히 달라진 민심을 보여줬다.
보수단체 ‘미국 번영을 위한 시민(Americans for Prosperity)’ 텍사스 지부의 지니비브 콜린스 국장은 “납세자들은 이제 ‘더는 여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정부의 지출 증가에 대한 견제 의지가 강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2019년 제정된 법에 따라 지방정부는 매년 재산세 인상폭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주정부는 이를 통해 세금 상승 억제에 성공했다고 자평하지만, 도시와 카운티들은 인구 증가와 물가 상승으로 예산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미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텍사스의 평균 재산세 부담은 2019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주택보험료 상승 등으로 실질적인 절감 효과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재산세 자체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댄 패트릭 부지사 등 주 지도부는 “비현실적이며 재정적 부담이 크다”며 선을 긋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 전역의 재산세를 전면 폐지하려면 연간 약 810억 달러 규모의 대체 재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