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exas A&M 홈페이지
텍사스 A&M 대학교가 아동문학 수업에서 성별 정체성과 관련된 내용을 다뤘다는 이유로 교수를 해임하면서 학문적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주정부와 정치권의 압박 속에 내려진 이번 조치는 전국 학계와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불러일으키며 텍사스 고등교육 전반에 정치적 개입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사건은 지난 9월 8일, 한 학생이 수업 중 교수 멜리사 매콜(Melissa McCoul)에게 성별 정체성 수업 내용을 문제 삼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되면서 시작됐다. 해당 영상은 즉각 정치권으로 번졌고,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해리슨 주 하원의원은 이를 “트랜스젠더, DEI 세뇌 교육”이라 규정했다.
그 이튿날 그레그 애봇 주지사는 매콜 교수의 해임을 요구했으며 불과 몇 시간 만에 학과장과 영어과 학과장이 강등되고 매콜 교수는 해임됐다. 대학 총장 마크 웰시 3세 역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매콜 교수의 변호인 아만다 라이첵은 성명에서 “매콜 교수가 오랫동안 문제없이 진행해 온 수업을 이유로 해임된 것은 헌법과 학문적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대학교수협회(AAUP)는 매콜 교수와 텍사스 주립대에서 비슷한 이유로 해임된 또 다른 교수의 복직을 요구하며 “정치적 간섭으로 인한 위험한 선례”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도 “학문적 자유는 학생에게 특정한 사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탐구와 토론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연구와 교육 현장에 자기검열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텍사스 고등교육은 공화당의 주도 아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2023년 통과된 상원법안 17호(SB 17)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을 금지했고, 올해 상원법안 37호(SB 37)은 교수회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정치적 임명권자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텍사스 A&M은 이미 지난해 흑인 언론학자 캐슬린 맥엘로이 영입을 둘러싼 논란, 마약 위기 강연에서 댄 패트릭 부지사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교수 일시 정직 등 학문 자유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레너드 브라이트 A&M 교수는 “교수사회는 분노와 실망 속에 혼란을 겪고 있다”며 “학문적 자유에 대한 대학의 약속이 실제로 어디에서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켄터키대학 닐 허친스 교수는 “텍사스는 미국에서 영향력이 큰 주”라며 “이번 사태가 다른 보수 성향 주(州) 공립대학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 교수들은 정치적 기후로 인해 이미 텍사스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으며, 남은 교수들 중 상당수는 자기검열을 강화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브라이트 교수는 “우리는 진실을 가르칠 것”이라며 “자기검열은 사회와 학생, 그리고 대학의 신뢰를 해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