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NPR (Vice President Vance looks on as President Trump signs an executive order in the Oval Office on Thursday in Washington, D.C. Trump signed an order approving a partial sale of TikTok’s U.S. operations, following a 2024 law requiring parent company ByteDance to divest or face a ban. Andrew Harnik/Getty Images)
- 주요 언론들 “미국 정부가 컨설팅 회사처럼 움직여”
- 트럼프 행정부, 엔비디아·AMD의 대(對)중국 반도체 매출 15%를 정부에 귀속, 인텔의 지분 10%를 무상으로 확보
- 델라웨어대 역사학 교수 데일 노우드웰 “결국 피해자는 납세자, 투자자, 소비자, 노동자 모두”
- CEO 100여 명 “트럼프의 기업 개입이 미국 자유시장 원칙을 훼손”, 보복우려에 공개 목소리 못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틱톡(TikTok) 미국 운영권 인수 협상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연방정부에 ‘수십억 달러대의 대가’를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PR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오라클 공동창업자 래리 엘리슨, 머독 가문, 벤처캐피털 안드레센 호로위츠 등이 참여한 투자자 그룹에 정부에 ‘수십억 달러’를 납부할 것을 요청했다. 협상에 정통한 인사는 “투자자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마치 정부에 주는 ‘알선 수수료’ 정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카고대 금융학 교수 루이지 진갈레스는 “이제 미국 내 모든 대형 거래에 새로운 세금이 부과되는 것과 다름없다”며 “기업들이 혁신보다 권력에 줄 서는 데 집중하게 만드는 심각한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틱톡 사례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AMD의 대(對)중국 반도체 매출 15%를 정부에 귀속시키고, 인텔의 지분 10%를 무상으로 확보했으며, 철강·리튬 관련 기업에도 ‘황금 주식(golden share)’이나 지분 참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델라웨어대 역사학 교수 데일 노우드웰은 “원칙 없는 권력 행사일 뿐”이라며 “결국 피해자는 납세자, 투자자, 소비자, 노동자 모두”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언론계에도 미쳤다. CBS와 ABC 모기업은 각각 1,600만 달러를 트럼프 대통령 측 재단과 법률 비용으로 지불한 뒤 정부 규제 당국의 승인 결정을 받아냈다. 워싱턴포스트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소유주들 역시 선거 직전 민주당 후보 지지 사설을 철회하고 사설 방향을 전환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 제프리 소넨펠드 교수는 최근 CEO 100여 명과의 회의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트럼프의 기업 개입이 미국 자유시장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것은 자본주의 가치에 대한 정면 위반이자 사실상 갈취”라고 지적하면서도 “대기업 CEO들이 보복 우려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틱톡 인수 논의는 지난 5년간 미국 정부의 안보 우려 제기와 금지 위협 속에서 이어져 왔다. 이번 협상안에 따르면 오라클이 미국 내 데이터를 관리하고, 중국 바이트댄스는 알고리즘을 미국 사용자 기반으로 재훈련하는 조건으로 소수 지분을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투자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수십억 달러 정부 납부 요구’였다. 협상 관계자는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냥 사업을 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