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NBC 뉴스 캡쳐 ( 커빌 지역의 과달루페강 수위는 단 5시간만에 35피트(약 10.6m)나 상승했다.)
- 발콘스 절벽(Balcones Escarpment)으로 인한 극심한 고도차, 얇은 암반 지형, 적은 식생도 원인
- 라이스대학교 환경공학과 “콘크리트로 포장된 것처럼 빗물이 빠르게 흘러내리는 조건 탓에 빠르고 강력한 홍수 유발”
- 기후 변화와 더불어 더 강력해지는 폭풍
- 전문가들 “힐컨트리의 지형·기후적 특징과 함께 주민 및 방문객의 홍수 인식 부족도 커”
독립기념일 주말, 텍사스 힐컨트리 지역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피해자 중에는 과달루페 강 인근의 여름 캠프에서 지내던 어린이들과 지도자들도 포함됐다. 수십 명이 여전히 실종된 가운데 이 지역에서 되풀이되는 홍수 참사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커 카운티 판사 롭 켈리는 “이번 홍수를 예측하지 못했다”면서도, “이 지역은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강 계곡 중 하나”라며 홍수의 반복 가능성을 인정했다.
‘플래시 플러드 앨리(Flash Flood Alley)’라는 별명이 붙은 이 지역은 콜로라도강, 과달루페강, 샌안토니오강 유역이 겹치는 지형이다. 강우가 집중되면 급격한 낙차를 따라 물이 빠르게 흘러내리며 강력한 파괴력을 동반한 홍수가 발생한다.
지난 7월 4일 새벽 2시부터 7시 사이, 커빌 지역의 과달루페강 수위는 35피트(약 10.6m)나 상승했다. 도로, 다리, RV파크, 건물들이 순식간에 물에 잠긴 것도 콜로라도강, 과달루페강, 샌안토니오강의 불어난 물이 합해지며 과달루페 강은 5시간만에 재난을 피하지 못했다.
해당 지역은 잦은 홍수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록에 따르면 해당지역은 1932년 우로 강이 범람하며 7명이 사망하고, 오늘날 기준 약 1,200만 달러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또 1978년 열대성 폭풍으로 인해 33명이 목숨을 잃었고 1987년에는 교회캠프에 참가한 청소년 10명이 홍수로 숨졌다. 가장 최근으로는 2015년 메모리얼 데이 연휴에 블랑코강이 15분마다 5피트씩 상승하며 13명이 사망하고 400채 이상의 주택이 피해를 입었다.
힐컨트리는 경치가 아름답고 자연휴양지로 인기가 높지만, 바로 그 특징들이 홍수에 취약하게 만든다. 발콘스 절벽(Balcones Escarpment)으로 인해 고도 차가 극심하고 얇은 암반 지형은 물을 거의 흡수하지 않는다. 식생도 적어 우수가 즉시 유출되며, 점토질 토양은 침투를 더욱 어렵게 한다.
라이스대 환경공학 아반티카 고리 교수는 “이 지역은 마치 콘크리트로 포장된 것처럼 빗물이 빠르게 흘러내린다”며 “이런 조건은 빠르고 강력한 홍수를 만든다”고 말했다.
수자원 전문가들은 이번 홍수가 새벽에 발생했고, 연휴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점에서 피해가 더욱 컸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립기상청은 이미 전날 오후부터 최대 7인치 강우를 예보했지만 홍수경보가 본격적으로 발령된 건 대부분이 잠든 시간대였다.
텍사스 주 기상학자 존 닐슨-갬먼은 “기후 변화로 인해 공기가 더 많은 수분을 머금으며 폭우의 강도도 강해지고 있다”며 ” 바다 온도 상승은 열대성 저기압의 세기를 키운다”고 경고했다.
텍사스 주립대 미도우스센터 소장 로버트 메이스는 “이제 500년에 한 번 올 홍수가 수십 년마다 반복된다”며 “홍수위험지도는 과거 데이터를 기준으로 작성돼 현재의 위험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환경 컨설턴트 매튜 버그는 “사람들은 이 지역의 기후를 보고 홍수가 흔하지 않을 거라 착각한다”면서 “힐컨트리가 가진 지형·기후적 특징과 함께, 주민 및 방문객의 홍수 인식 부족이 피해를 키운다”고 지적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