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NBC 뉴스 캡쳐
- 보험사들, 생명유지 장치에 대해 “의학적으로 필요성이 충분하지 않다”며 지급거부
- 미국, 희귀질환 아동의 의료접근성 문제 및 보험사의 과도한 청구심사절차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
희귀 신경질환을 가진 한 두 살배기 여아의 가족이 매달 3,000달러(약 420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와 보험사와의 끊임없는 분쟁에 시달리고 있다고 NBC가 9일(수) 보도했다.
이 어린이는 태어날 때부터 신경계 발달에 영향을 주는 희귀 질환을 앓고 있으며 호흡 보조장치와 체위 유지용 특수 의자 등 기본적인 안전보조 장비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가족에 따르면 이들은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보험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보험사는 이러한 의료 보조기기와 장비에 대해 “의학적으로 필요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거나 청구를 반복적으로 반려해 왔다.
담당 주치의들은 “이 같은 장비는 환아의 생존과 안전에 직접 관련된 필수품으로, 보험 승인이 자동으로 이뤄져야 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족은 보험사로부터 “추가 서류가 필요하다”, “기존 장비의 수명이 다하지 않았다” 등의 이유로 매달 수차례 승인 거부 통보를 받는다고 전했다.
이 아이의 어머니는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치료에 집중하고 싶지만, 보험 청구와 항의 서류 작성이 매일의 일과가 됐다”며 “의료 시스템은 환자를 돕기보다 가족을 지치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소아 신경 전문의들은 희귀 질환 아동의 경우, 조기 개입과 지속적인 치료가 생존율과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험사의 승인 절차가 길어질수록 치료 시작이 지연되고, 그 사이 환자의 건강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한 의사는 “보험사들은 비용 절감만을 우선시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치료 지연이 의료비를 오히려 더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 가족은 현재 의료비와 장비 구입비 일부를 충당하기 위해 지역 사회의 모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어머니는 “우리는 보험이 있는 가정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치료비를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무보험자나 다름없다”며 “시스템이 우리 같은 가족을 버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미국 내에서는 희귀질환 아동의 의료 접근성 문제와 보험사의 과도한 청구 심사 절차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치료와 안전 장비는 더 이상 가족의 싸움이 아니라, 국가가 보장해야 할 생명권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