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Denmark.dk
덴마크 총리가 미국이 그린랜드를 군사적으로 장악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의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그린랜드를 미국 관할로 두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데 대한 정면 대응이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6일(화) 덴마크 방송 TV2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또 다른 나토 회원국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선택을 한다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라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돼 온 나토와 그 안보 체제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프레데릭센 총리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서 군사작전을 벌여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직후, 전략적 요충지인 그린랜드를 미국 통제하에 둬야 한다는 주장을 다시 꺼내든 데 따른 것이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왕국의 반자치령으로 덴마크를 통해 나토 체제에 포함돼 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그린란드 자치정부 수반인 옌스 프레데리크 니엘센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며 “덴마크와 그린랜드가 위협받는 상황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러 유럽 정상들도 덴마크와 그린란드에 연대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초반을 포함해 여러 차례 그린랜드를 미국 관할로 둬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군사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특히 전날 기자들에게 “20일 안에 그린란드 문제를 논의하자”고 말하면서, 미국이 단기간 내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랜드를 원한다고 말할 때 이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니엘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그린랜드는 베네수엘라와 비교될 수 없다”며 주민들에게 침착함과 단결을 호소했다. 그는 “미국이 하루아침에 그린랜드를 정복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협력 관계를 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덴마크, 안보 역량 부족” 비판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의 그린랜드 안보 강화 노력을 조롱하는 발언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가 그린랜드 방어를 위해 “개 썰매 한 대를 더 추가했을 뿐”이라고 비아냥거리며 “그린랜드는 지금 매우 전략적이며, 러시아와 중국 선박이 곳곳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 안보 차원에서 그린랜드가 필요하지만, 덴마크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덴마크 국제연구소(DIIS)의 안보 전문가 울릭 프람 가드는 보고서에서 “러시아와 중국 선박이 북극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린랜드에서 쌍안경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깝지는 않다”며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했다.
미 국방부는 그린랜드 북서부에 피투피크 우주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기지는 1951년 체결된 덴마크-미국 방위협정에 따라 건설됐으며, 미사일 경보·방어와 우주 감시 임무를 수행하며 나토 작전도 지원한다.
덴마크 본토에서도 미국과의 군사 협력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덴마크는 미제 F-35 전투기를 도입했고, 지난해 의회는 자국 내 미군 기지 설치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조치가 덴마크의 주권을 미국에 넘겨주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발언이 북극을 둘러싼 미·중·러 경쟁과 맞물리며, 나토 내부의 균열과 유럽 안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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