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CNBC (Demonstrators rally in support of birthright citizenship outside the U.S. Supreme Court on April 1, 2026 in Washington, DC. Mehmet Eser | Anadolu | Getty Images)
퓨리서치센터, 미등록 이주민 가정 출생 아기 연간 약 25만 명 … 라티노와 아시아계가 다수
미국 연방대법원이 불법 체류자(미등록 이주민) 자녀에게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이른바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제도를 폐지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NBC와 CNN 등 보도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23일(화)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미등록 이주민의 자녀도 미국 헌법 제14조에 따라 태어나면서부터 시민권을 가질 권리가 있다며, 찬성 6표 대 반대 3표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기각했다.
이번 판결로 미등록 이주민뿐만 아니라 유학생, 취업 및 관광 비자 등 단기 체류 외국인의 자녀도 기존처럼 미국 땅에서 태어나면 자동으로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14조 수정헌법 정신 계승…대통령 행정명령은 위헌”
다수 의견을 작성한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효한 행정명령이 헌법 제14조의 시민권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명시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의견서에서 “과거나 지금이나 시민권이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권리이자 정치 공동체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라며 “수정헌법 제14조의 제정자들은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자유인에게 이 약속을 확장했으며, 대법원은 오늘 그 약속을 지킨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는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 외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브렛 캐버너 대법관이 다수파에 동참했다.
캐버너 대법관은 별도 의견을 통해 “출생시민권의 예외를 둘 수 있는 권한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있다”며 행정명령이 연방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알리토, 닐 고서치 등 3명의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토머스 대법관은 “수정헌법 제14조는 본래 해방된 흑인 노예의 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오늘날 대법원이 이를 정치적 프로젝트로 오용했다”고 비판했다.
170년 역사 ‘출생시민권’ 유지…트럼프 ‘취임 1호 명령’ 제동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첫날 부모 중 최소 한 명이 미국 시민권자이거나 합법적 영주권자가 아닐 경우,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자동 시민권 부여를 거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이 제도를 “어리석다”고 비난하며 미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출생시민권을 주는 나라라고 주장해 왔으나, 퓨리서치센터 분석 결과 전 세계 32개국이 유사한 제도를 운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출생시민권은 1868년 제정된 수정헌법 제14조에 뿌리를 두고 있다. 흑인을 미국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1857년의 ‘드레드 스콧’ 판결에 대한 반성으로 제정됐으며, 1898년 ‘원 킴 아크(United States v. Wong Kim Ark)’ 판결을 통해 중국계 이민자 자녀의 시민권을 인정하면서 확고한 판례로 자리 잡았다.
이민자 사회 환호 속 공화당·보수 진영 강력 반발
대법원의 판결이 전해지자 이민자 권익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전국 이민자 권익 단체 ‘아메리카스 보이스’의 바네사 카르데나스 대표는 “미국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대법원이 가장 소중한 헌법적 권리를 재확인해 준 것에 감사한다”며 “우리는 이 땅에 속해 있으며, 이곳은 우리의 나라이기도하다”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중심의 보수 진영은 거세게 반발하며 의회 차원의 입법 조치를 촉구했다.
그레그 애봇 텍사스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대법원이 수정헌법 제14조의 원천적 의미를 회복할 기회를 놓쳤다”며 “미등록 이주민이나 단기 체류자에게 시민권을 자동 부여하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며, 의회가 나서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칩 로이 연방하원의원(공화·텍사스) 역시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이 미국 국민과 헌법, 법치주의는 물론 국가 안보까지 저버렸다”고 맹비난했다. 일부 강경 우파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공화당이 집권한 주 정부들이 대법원 판결을 거부하고 미등록 이주민 자녀에 대한 출생증명서 발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 미등록 이주민 가정에서 태어나는 아기는 연간 약 25만 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6% 수준이다. 이들 가정의 대다수는 라티노와 아시아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