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NPR(People wave U.S. flags to celebrate becoming U.S. citizens after taking the oath of allegiance during a naturalization ceremony in Boston in January 2025. Joseph Prezioso/AFP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합법 이민 제도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들까지 강화된 심사와 단속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동안 이민법상 상대적으로 보호받던 시민권자 배우자들마저 영주권과 시민권 취득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과 시민단체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시민권자의 배우자가 영주권을 신청하거나 체류 신분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지고, 일부는 추방 대상에 포함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이민 절차 자체를 미루거나 미국을 자진 출국하는 가족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시민권자 가족 권익단체인 ‘아메리칸 패밀리스 유나이티드(American Families United)’의 애슐리 디아제베도 대표는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한 사람들의 상황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며 “배우자가 구금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고, 장기 구금을 우려해 스스로 미국을 떠나는 가족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최근 1년 사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 현재 미국 내 약 140만 명, 해외 약 30만 명이 지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민변호사협회(AILA)의 샤르바리 달랄-데이니 정부관계 담당 국장은 미국 시민권자의 배우자는 그동안 다른 이민자들과는 다른 법적 지위를 인정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시민권자의 배우자는 취업이민이나 일반 가족이민과 달리 연간 영주권 발급 한도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체류 신분에 문제가 있더라도 영주권 신청이 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그는 “법은 시민권자의 배우자를 특별한 범주로 취급해 왔지만, 현재 행정부는 다른 이민자들과 사실상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이민서비스국(USCIS)은 심사 강화는 법률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라는 입장이다.
USCIS의 잭 칼러 대변인은 “영주권이나 시민권 신청자는 모두 신원과 이력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며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했다고 해서 이민법 집행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초청 청원서(I-130)가 접수됐거나 승인됐더라도 그것만으로 합법 체류 신분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며, 불법 입국하거나 체류 기간을 초과한 경우에는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국토안보부(DHS)에 따르면 2024년 배우자를 통해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은 약 34만3천 명으로 전체 영주권 승인자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부모와 자녀 등 다른 직계가족 초청까지 포함하면 가족초청은 미국 영주권 취득의 가장 큰 통로 가운데 하나다. 현재 평균 심사 기간은 시민권자 배우자의 경우 약 13개월, 약혼자(K-1) 비자는 약 7개월 수준으로 집계됐다.
2026회계연도 1분기에는 시민권자 직계가족 청원 약 16만 7,000 건과 약혼자 청원 8,600여 건이 승인됐다.
전문가들은 통계만으로는 실제 영향을 모두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특히 입국 제한 대상 국가 출신 배우자들은 시민권 심사가 장기간 중단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미 육군 장교와 결혼한 영주권자 ‘에스(가명)’는 공영라디오 NPR 과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30년 가까이 거주했지만 지난해 신청한 시민권 심사가 현재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로 근무지를 옮길 예정인 남편과 함께 출국해야 하지만 시민권 취득이 지연되면서 가족의 거주 계획은 물론 자녀들의 생활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에스는 “남편은 군 복무에 집중해야 하지만 가족 문제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평범한 가족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USCIS는 이민 신청자에 대한 대면 인터뷰를 확대하고 심사 과정도 한층 강화했다. 영주권 신청 과정에서는 신청 경위와 체류 이력은 물론 ‘선량한 품성’ 입증하는 자료까지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이민 변호사들은 설명한다.
캘리포니아의 이민 전문 변호사 에릭 웰시는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했다고 해서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며 “상당수 시민권자들도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민단체들은 강화된 심사와 단속 기조가 시민권자 가족들에게도 심리적 부담을 주고 있다고 우려한다.
디아제베도 대표는 “최근 정책 변화 이후 많은 가족들이 이민 절차를 시작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다”며 “정부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