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NPR (President Trump speaks on stage on the first day of the 2026 Republican National Convention Sept. 9, 2026 in Dallas, Texas. Justin Sullivan/Getty Images)
달라스 공화당 전당대회서 깜짝 공약 … 미 성인 시민권자 대상
전체 지급시 1조2천억달러 이상 필요 … 관세수입만으로 충당 어려워
“선거 매수냐” 논란에도 법률 전문가 “모든 시민 대상 공약 자체는 불법 보기 어려워”
실제 지급 위해서는 의회 예산 승인 필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연방 하원과 상원의 다수당 지위를 모두 지킬 경우 미국의 모든 성인 시민권자에게 1인당 5천 달러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수) 달라스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 연설에서 이 같은 구상을 공개하고 이를 ‘트럼프 배당금(Trump Dividend)’이라고 명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엄청난 경제적 힘과 성공 덕분에 미국의 모든 성인 시민에게 5천 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할 것”이라며 “공화당이 승리하면 여러분도 우리와 함께 승리하고 5천 달러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지급에는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받은 돈을 미국 안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나 중국, 독일 등 해외에서 돈을 쓰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번 공약은 공화당의 선거 승리와 국민에 대한 현금 지급을 직접 연결했다는 점에서 발표 직후부터 정치적 · 법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큰 문제는 천문학적인 재원이다.
미 인구조사국 자료를 토대로 할 경우 지급 대상인 미국 성인 시민권자는 약 2억 4천만~2억 4,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에게 각각 5천 달러를 지급하면 전체 비용은 약 1조 2천억 달러를 넘어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식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관세 정책으로 거둔 수입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JD 밴스 부통령 역시 관세수입을 활용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FactCheck.org는 현재 관세수입 규모를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약 1조 2천억 달러의 비용을 충당하는 데 6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은 대통령이 이런 돈을 독자적으로 지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했다고 해서 곧바로 5천 달러 수표를 발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방정부가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을 국민에게 지급하려면 의회의 입법과 예산 승인이 필요하다. AP가 인용한 재정 전문가도 대통령에게 의회 승인 없이 국민에게 이 같은 돈을 지급할 권한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당시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가 지급한 경기부양 수표 역시 의회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고 예산을 승인한 뒤 집행됐다.
공화당의 버니 모레노 연방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11월 3일 선거가 끝나는 대로 ‘트럼프 배당금’을 통과시키기 위한 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5천 달러 줄 테니 공화당 찍어라?”…법적으로는
논란이 더 커진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금 지급을 공화당의 선거 승리와 명시적으로 연계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즉각 ‘정치적 뇌물’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과 댄 골드먼 하원의원 등은 선거 승리를 조건으로 현금 지급을 약속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과 형사법상 유권자 매수에 해당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법률적 해석도 나온다.
AP가 인용한 뉴멕시코 변호사 존 데이(John Day)는 이번 제안은 특정 개인에게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대가를 지급하는 구조가 아니라, 실제 투표 여부나 어느 정당에 투표했는지와 관계없이 모든 자격을 갖춘 시민에게 지급한다는 공약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불법적인 투표 매수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공화당에 투표한 사람에게만 5천 달러를 지급한다”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가 제시한 조건은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에서 승리하는 것이며, 실제 개인의 투표 선택과 지급 자격을 연결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는 ‘불법 현금 살포’라고 단정하기보다 ‘선거 결과와 연계된 대규모 현금 지급 공약’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경제적 논란도 만만치 않다.
1조 2천억 달러가 넘는 돈이 단기간에 가계로 풀릴 경우 소비가 급증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당시 지급된 경기부양금 역시 팬데믹 이후 물가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경제학계 분석이 있다.
더구나 미국의 국가부채가 이미 40조 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충분한 재원 없이 배당금을 지급하면 연방 재정적자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지급을 경기부양금이 아닌 미국 경제의 성과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배당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업이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하듯 미국의 경제적 성공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겠다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공화당 승리를 지급 조건으로 내건 이유에 대해 민주당이 집권하면 같은 경제적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계획을 옹호했다.
5천 달러 지급,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은 현재 5천 달러 지급이 확정된 정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급 시기와 소득 기준, 구체적인 신청 방식, 세금 처리, 예산 조달 방법 등 세부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밴스 부통령은 고소득층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이 역시 확정된 정책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과 상원을 모두 지킨다고 해도 자동으로 5천 달러 수표가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공화당의 양원 승리, 구체적인 법안 마련, 의회의 통과와 예산 확보, 대통령 서명 및 행정부의 집행 절차가 뒤따라야 실제 지급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관세수입을 활용한 2천 달러 배당금과 이른바 ‘DOGE 배당금’ 등 국민 대상 현금 지급 방안을 제시했지만 전국적인 지급으로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결국 이번 ‘트럼프 배당금’의 핵심은 당장 미국인들이 5천 달러를 받게 됐다는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와 1인당 5천 달러 지급을 직접 연결하는 파격적인 경제 공약을 내놓았다는 데 있다.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1조 달러가 넘는 ‘트럼프 배당금’이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될지, 아니면 선거용 공약에 그칠지가 중간선거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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