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그레그 애봇 텍사스 주지사의 코리아타운 공식 지정 결의안 서명 이후 약 3년 5개월 만에 이뤄진 성과
[달라스=텍사스N] 달라스 코리아타운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출구에 공식 안내 표지판이 설치된다. 북텍사스 한인사회가 수십 년 동안 일궈온 로열레인 상권이 달라스시의 한글 도로명판과 텍사스주의 공식 지정을 거쳐 고속도로 교통안내 체계에까지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북텍사스 한인상공회의소(회장 신동헌)에 따르면 텍사스 교통국(TxDOT)은 이달 초 코리아타운 일대의 방문객 규모를 확인하고 고속도로 안내 표지판 설치를 확정했다. 설치 비용도 주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은 2023년 5월 그레그 애봇 텍사스 주지사의 코리아타운 공식 지정 결의안 서명 이후 약 3년 5개월 만에 이뤄진 성과다. 한인사회가 공식 지정 이전부터 추진해 온 숙원사업이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이번에 설치가 추진되는 표지판은 I-35E 고속도로 로열레인(Royal Lane) 출구와 I-635 고속도로 루나로드(Luna Road) 출구 양방향에서 코리아타운 진입을 안내하는 시설이다.
고속도로 표지판 설치는 2025년 텍사스주 의회에서 관련 입법이 추진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안치아 의원이 발의한 HB 3208의 주요 내용이 HB 3642에 반영돼 제정된 뒤 실제 설치를 위한 행정 절차가 이어졌다.
그러나 달라스 코리아타운의 공식화 과정은 이번 고속도로 표지판 설치보다 훨씬 이전에 시작됐다.
40여 년 한인 이민 역사가 만든 로열레인 상권
달라스 로열레인과 해리하인즈 불러바드 일대는 1970년대 후반부터 한인 이민자들이 사업체를 운영하며 형성한 북텍사스의 대표적인 한인 상업지구다.
초기 한인 이민자들은 도매업과 소매업, 식당, 식료품점 등을 중심으로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다양한 업종의 한인 사업체가 들어서면서 로열레인은 한인들의 경제활동과 생활문화가 집약된 공간으로 성장했다.
1976년 설립된 달라스 한인상공회의소는 이 과정에서 한인 사업체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지역 행정기관과의 협력 창구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한인들이 코리아타운이라고 불러온 이 지역은 오랫동안 행정적으로 공식 인정받은 한인타운은 아니었다.
한인사회는 로열레인이 단순히 한국 식당과 상점이 모여 있는 거리를 넘어 달라스 경제와 문화적 다양성에 기여하는 지역이라는 점을 알리고자 했다.
달라스 한인상공회의소가 10년 이상 코리아타운 공식 지정을 추진한 배경이다.
2023년 1월 13일, 달라스 최초 한글 도로명판 설치
코리아타운 공식화를 향한 첫 가시적 성과는 2023년 1월 13일 나왔다. 미주 한인의 날이자 한인 미국 이민 120주년을 맞아 달라스시는 로열레인 일대에 영어와 한글을 함께 표기한 도로명판을 설치했다.
달라스 최초의 한글과 영어 이중언어 도로명판이었다.
본지는 당시 ‘달라스 최초 이중언어 도로표지판 주인공은 한글’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글 도로명판 설치가 코리아타운 공식화를 향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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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에는 달라스 한인상공회의소와 오마르 나바에즈(Omar Narvaez) 달라스 시의원, 안치아 주하원의원 등이 협력했다.
특히 도로명판 공개 날짜를 한인 미국 이민 120주년 기념일에 맞춘 것은 한인사회의 이민 역사를 지역의 공공시설에 담으려는 의미가 있었다.
그동안 한인사회 내부에서 사용하던 코리아타운이라는 이름이 달라스시의 공식 도로시설에 반영되면서 주정부 차원의 공식 지정을 추진할 명분도 한층 강화됐다.
주의회 청문회에서 한인 이민 역사와 경제적 기여 설명
한글 도로명판 설치 이후 달라스 한인상공회의소는 텍사스주 의회를 상대로 코리아타운 공식 지정 결의안 통과를 추진했다.
안치아 주하원의원은 하원 동시결의안 HCR 39를 발의했고, 플라워마운드 등을 지역구로 둔 탠 파커(Tan Parker) 주상원의원도 같은 취지의 상원 동시결의안 SCR 31을 제출했다.
2023년 4월 13일 텍사스주 하원 문화·레크리에이션·관광위원회에서는 코리아타운 공식 지정의 필요성을 검토하는 청문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달라스 한인상공회의소 이상윤 회장을 비롯한 한인사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안치아 의원은 달라스 한인사회가 지역경제와 문화 발전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며 오랜 기간 달라스에 정착한 한인 이민자들의 성장과 기여를 강조했다.
당시 전영주 코펠 시의원과 오마르 나바에즈 달라스 시의원도 코리아타운 공식 지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 관계자들 역시 한인타운 지정이 텍사스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당시 달라스 한인상공회의소 박영남 상임고문은 1970년대부터 달라스에 정착한 이민 1세대의 경험을 소개하며 코리아타운 공식 지정이 한인 이민자들에게 갖는 상징적 의미를 전달했다.
본지 역시 당시 청문회를 ‘달라스 한인타운, 텍사스 주의회 공식인정 위한 첫단추 성공’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바 있다.
코리아타운 지정은 특정 민족의 상권에 이름을 부여하는 문제를 넘어 한인 이민자들의 경제적 기여와 지역사회 정착의 역사를 주정부가 인정하는 과정이었다.
2023년 5월 23일, 애봇 주지사 서명 … 10년간 노력 공식 인정
2023년 5월 9일 텍사스주 의회에서 코리아타운 공식 지정 결의안이 통과됐고, 같은 달 23일 그레그 에봇(Greg Abbott) 주지사가 최종 서명했다.
이에 따라 달라스 로열레인 일대는 향후 10년 동안 ‘Koreatown Dallas’라는 명칭으로 텍사스주의 공식 인정을 받게 됐다.
지정 구역은 로열레인과 해리하인즈 불러바드 교차로에서 로열레인과 루나로드 교차로까지다. 주정부의 공식 인정은 한인사회가 10년 넘게 추진해 온 사업의 결실이었다.
그동안 민간 상권의 명칭으로 사용되던 코리아타운이 텍사스주의 공식 기록에 포함되면서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과 경제적 위상도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23년 8월 11일 공식 지정 기념식 … 지역 정치권도 한인사회 기여 평가
주정부의 공식 지정 이후인 2023년 8월 11일에는 달라스 로열레인에서 코리아타운 공식 지정 기념식이 개최됐다.
행사에는 달라스 한인상공회의소 이상윤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회장단과 유성주 달라스 한인회장, 김명준 주달라스출장소장, H마트 최우진 사장 등이 참석했다.
마크 비시(Marc Veasey) 연방하원의원과 탠 파커 주상원의원, 달라스시 관계자들도 참석해 한인사회의 경제적 기여를 평가했다.
비시 의원은 당시 코리아타운이 북텍사스 경제의 중심지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파커 의원도 텍사스 한인사회가 주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정부가 인식하고 있다며 코리아타운 공식 지정의 의미를 강조했다.
달라스시 관계자들은 로열레인 한인 상권이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주요 상업지구라고 평가했다. 캐롤턴의 스티브 바빅(Steve Babick) 시장 역시 한인사회가 한국문화 확산과 지속적인 사업 투자를 통해 지역경제 발전을 이끌어 왔다고 밝혔다.
이날 기념식은 한인사회 내부의 축하행사를 넘어 지역 정치권과 행정기관이 코리아타운의 경제적 잠재력을 공개적으로 평가하는 자리가 됐다.
공식 지정 이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논의 본격화
코리아타운 공식 지정 이후 달라스 한인상공회의소의 관심은 상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발전시키는 방안으로 옮겨갔다.
2023년 7월 28일 달라스 수라식당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이상윤 당시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은 코리아타운 공식 인정 이후 해야 할 일이 많다며 한인단체장과 사업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실행 가능한 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상공회가 제시한 구상은 상인들로 구성되는 상가번영회, 건물주 중심의 공공개선지구(Public Improvement District·PID), 전략과 운영·행정을 담당하는 조직 등으로 구성됐다.
상가번영회는 상권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PID는 지역 건물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공공안전과 환경 정비, 지역 이미지 개선 등을 추진하는 방안이었다.
상공회는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텍사스 한인타운 발전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김현겸 전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은 당시 지난 10년 동안 공식 지정을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발전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코리아타운 명명위원회를 이끌었던 존 리 위원장 역시 공식 지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한인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새로운 조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진이 스미스 상공회 부회장은 코리아타운 공식 지정 이후 로열레인을 찾는 비한인 방문객이 늘어나는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전하며 H마트 입점이 상권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논의는 코리아타운을 일회성 기념사업이 아닌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발전시켜야 할 지역 공동체의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고속도로 표지판 설치, 공식 지정 당시부터 남아 있던 과제
고속도로 안내 표지판 설치는 코리아타운 공식 지정 직후부터 한인상공회의소가 추진해 온 핵심 과제였다.
2023년 당시 상공회는 I-35E 로열레인 출구와 I-635 루나로드 출구 양방향에 코리아타운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는 방안을 달라스시 및 TxDOT와 논의했다. 하지만 고속도로 표지판은 일반 도로명판과 달리 주정부의 교통안전 기준과 설치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연간 방문객 30만 명 이상이라는 기준이었다.
상공회는 TxDOT가 인정하는 조사기관을 통해 방문객 규모를 입증해야 했으며, 표지판 제작과 설치비, 유지관리 비용도 확보해야 했다.
당시 추산된 표지판 설치비는 약 5만 1,480달러였다. 별도의 발전계획에서는 약 6만 달러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달라스시와 한인상공회의소는 공공기금과 민간 후원 등 여러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했으나 방문객 규모를 공식적으로 입증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사업은 장기간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결국 2025년 안치아 의원이 고속도로 표지판 설치를 위한 법안을 추진했고, 관련 조항이 주법에 반영되면서 사업을 진행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어 올해 10월 초 연간 방문·유동인구 기준 충족이 확인되면서 표지판 설치가 확정됐다는 것이 한인상공회의 설명이다.
2023년 공식 지정 당시부터 남아 있던 과제가 약 3년 만에 해결된 것이다.
상권 발전의 또 다른 과제 … 로열레인 고속도로 하부 안전시설
코리아타운 공식 지정 이후 한인사회가 집중한 또 다른 현안은 지역 안전과 환경 개선이었다.
로열레인과 I-35E 고속도로 교차 지점의 고가도로 아래에는 노숙자들이 머물면서 쓰레기 적치와 구걸, 보행환경 문제 등이 제기돼 왔다.
북텍사스 한인상공회의소와 산하 텍사스 한인타운 발전 운영위원회는 이 문제를 상권 활성화의 장애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보고 달라스시 및 관계기관과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신동헌 북텍사스 한인상공회의소 회장과 박영남 운영위원장 등은 오마르 나바에즈 시의원, 달라스 카운티 관계자, 홈리스 지원기관 등과 협력해 고속도로 하부 안전 울타리 설치를 추진했다.
TxDOT의 승인을 받은 이후에도 시설물 제작과 설치 과정에서 행정적 문제가 발생해 공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이에 홈리스 솔루션 관계자들은 안전 울타리 설치와 함께 노숙자들에게 임시 주거와 식사, 의료서비스, 직업훈련 등을 연계하는 방안도 설명했다.
단순히 시설물로 공간을 차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숙자 지원과 지역 안전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취지였다.
텍사스N은 당시 ‘달라스 로열레인 35고속도로 다리밑 안전 펜스 2월 중’ 기사를 통해 이 같은 협의 과정과 관계기관의 역할을 보도했다.
코리아타운 공식 지정 이후 상권의 발전이 표지판 설치뿐 아니라 치안과 환경, 공공시설 관리 등 실질적인 생활 여건 개선과도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10월 22일 상가 번영회 준비 모임…12월 12일 표지판 제막 기념행사
고속도로 안내 표지판 설치가 확정되면서 코리아타운 상인들은 다시 상권 활성화를 위한 협력체계 구축에 나선다.
오는 22일(목) 오후 3시 캐롤턴 다와 한식당에서는 북텍사스 한인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코리아타운 상가 번영회 준비 모임이 열린다. 회의에서는 지역 안전 관련 방범 대책과 로열레인 상권 활성화 방안, 12월 12일 개최 예정인 기념행사 준비 사항을 논의한다.
특히 2023년 코리아타운 공식 지정 직후 제안됐던 상가번영회 구성이 다시 주요 의제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고속도로 안내 표지판 설치를 기념하는 행사는 12월 12일(토)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캐롤턴 H마트 로열레인점에서 열린다.
주최 측은 표지판 제막 기념행사와 함께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거북이 마라톤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마라톤은 해리하인즈 인근 H마트에서 출발해 루나로드를 반환점으로 돌아오는 약 3마일 구간으로 계획됐다.
참가 등록비는 5달러다. H마트는 참가자 100명에게 각각 20달러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주최 측은 밝혔다.
행사 장소는 H마트 로열레인점(2625 Old Denton Rd., Carrollton, TX 75007)이다.
공식 지정 넘어 지속 가능한 한인 상권으로
달라스 코리아타운의 지난 과정은 한인 이민자들이 형성한 민간 상권이 도시와 주정부의 공식 인정을 받기까지 어떤 노력이 필요했는지를 보여준다.
1970년대 후반부터 한인 사업체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로열레인은 2023년 한글 도로명판 설치를 통해 달라스시의 공공시설에 한인사회의 정체성을 반영했다.
이어 같은 해 텍사스주 의회 결의안과 주지사 서명으로 코리아타운이라는 명칭을 공식 인정받았다.
그 후 한인사회는 상가번영회와 발전위원회 구성, 공공개선지구 추진, 고속도로 하부 안전시설 설치 등 상권의 실질적인 발전을 위한 과제들을 제시하고 해결에 나섰다.
2025년에는 고속도로 표지판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올해 10월에는 방문객 규모 확인을 거쳐 설치가 확정됐다.
한인사회가 오랫동안 추진해 온 사업이 단계적으로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코리아타운의 발전을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상권 내 치안과 청결, 노후 상업시설 개선, 주차와 보행환경, 건물주와 상인 간 협력체계 구축 등이 지속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오는 22일 열리는 상가 번영회 준비 모임은 이러한 과제를 한인 상공인들이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달라스 코리아타운은 이제 단순히 한인 상점들이 모여 있는 거리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은 공식 문화·상업지구로 자리 잡고 있다.
한글 도로명판 설치에서 시작해 주정부의 공식 인정과 고속도로 안내 표지판 설치로 이어진 과정은 한인사회의 오랜 노력과 지역사회 협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앞으로의 과제는 공식 지정이라는 상징적 성과를 지속 가능한 상권 발전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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