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성 연기·항공유 증기 등에 노출 … 2005년 암 진단, 2015년 별세(향년 46세)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등 연구 통해 테러 현장 노출과 질병 연관성 인정
[텍사스N]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2001년 9·11 테러 당시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에서 현장 수습 작업에 참여했다가 다발성 골수종으로 숨진 한국 태생의 웨슬리 J. 유(Wesley J. Yoo) 특별요원을 추모했다.
FBI는 유 요원의 사망 11주기를 맞아 공개한 추모 글에서 그가 9·11 테러 직후 펜타곤 현장에 투입돼 기밀자료와 증거물, 희생자 유해를 수습하는 임무를 수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1969년 3월 한국 서울에서 태어난 유 요원은 1996년 9월 FBI에 입직했다. 이후 2001년 9월 11일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테러 공격 당시 펜타곤 현장에 출동해 수습 작업에 참여했다.
당시 테러범들에게 납치된 아메리칸항공 77편은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펜타곤으로 돌진했다. 항공기가 건물에 충돌하면서 거대한 화염과 검은 연기가 발생했고, 충돌 후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건물 외곽 일부가 붕괴했다.
FBI에 따르면 유 요원은 펜타곤 북쪽 주차장에 쌓인 잔해 속에서 기밀자료와 수사 증거물, 희생자 유해를 분리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또한 증거물 보관시설에서도 기밀 물품과 잠재적 증거물, 위험물질을 수거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당시 보관시설 내부에는 강한 악취와 유독성 증기가 가득해 여러 출입문과 창문을 완전히 열어둬야 할 정도로 작업 환경이 열악했다. 유 요원은 이 과정에서 화재로 발생한 연기와 분진, 항공유에서 나온 증기 등에 노출됐다.
테러 직후의 혼란스러운 현장에서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밀자료를 확보하고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증거를 수습하는 것은 FBI 수사요원들에게 맡겨진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현장에 남아 있던 연소물질과 유해 분진은 수습 작업에 참여한 요원들의 건강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쳤다.
유 요원은 테러 발생 약 3년 6개월 뒤인 2005년 3월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았다. 다발성 골수종은 골수 내 형질세포에서 발생하는 혈액암의 일종으로, 비정상적인 형질세포가 증식하면서 뼈와 신장, 면역체계 등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유 요원은 투병 끝에 2015년 10월 11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46세였다.
FBI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의 광범위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유 요원이 9·11 테러 이후 펜타곤과 증거물 보관시설 주변의 오염된 공기에 노출된 것이 다발성 골수종의 발병을 유발하거나 질병 진행을 가속했을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유 요원의 질병이 단순히 테러 발생 이후 나타난 건강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수행한 현장 수습 업무와 의학적 연관성이 인정됐다는 의미다.
FBI는 유 요원을 9·11 테러 대응 업무와 관련된 질병으로 숨진 순직 요원으로 공식 추모하고 있다.
2017년에는 9·11 테러 현장 수습에 참여했다가 질병으로 사망한 유 요원을 비롯한 FBI 특별요원 7명을 국가경찰주간(National Police Week)에 추모했다. 이들의 이름은 FBI 순직자 명예의 전당(Wall of Honor)에 올랐다.
FBI는 9·11 테러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요원들이 수년 또는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암을 비롯한 심각한 질병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유 요원의 사례는 9·11 테러의 피해가 공격 당일에 그치지 않고, 구조와 수사 및 복구 작업에 참여했던 이들의 건강과 생명에 장기간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 연방수사기관의 특별요원으로 근무했던 유 요원은 9·11 테러 현장 수습 과정에서 수행한 임무와 희생을 인정받아 FBI의 공식 순직자 기록에 이름을 남겼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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