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법으로 돌아가야 하나”… 텍사스 THC 금지 법안에 의료용 대마 사용자들 ‘절박’

사진/ 휴스터퍼블릭미디어 (Lt. Gov. Dan Patrick speaks about Senate Bill 3 during a press conference in the Texas Capitol on May 28, 2025. Patrick, flanked by state lawmakers, argued the bill’s ban on THC products would be a service to Texans, saving their lives. Credit: Lorianne Willett/The Texas Tribune)

• 참전 용사·만성질환자들 “합법 대안은 비싸고 불완전…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 초래할 것”
• “합법 마리화나는 너무 비싸다”…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는 참전 용사의 절규

텍사스에서 THC 성분이 함유된 모든 대마 제품을 금지하는 법안이 주지사의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일부 의료용 대마 사용자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하며 고통을 줄이기 위해 합법적인 헴프(산업용 대마) 제품에 의존해온 만성 통증 환자, 참전 군인, 장애인들은 “의료용 마리화나 프로그램으로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금지 대상은 델타-8 등 모든 합성 THC가 포함된 헴프 제품이다. 댄 패트릭 부주지사가 강력히 추진해온 상원법안 3호(SB3)는 현재 그레그 에봇 주지사의 서명만을 앞두고 있다. 반면, 의료용 마리화나 프로그램 확대를 위한 하원법안 46호(HB46)도 동시에 통과, 적용 질환 확대(만성통증, 크론병, 외상성 뇌손상 등), 흡입기·베이핑 제품 허용, 위성 저장소 운영 허용 등으로 가격 인하와 접근성 개선이 기대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의료용 마리화나 프로그램이 단기간에 헴프 산업만큼의 접근성과 유통망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현재 텍사스 내 헴프 제품 판매점은 8,000곳 이상이지만, 의료용 마리화나 디스펜서는 12곳에 불과하다.

텍사스트리뷴에 따르면 법률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이번 THC 금지 법안이 ‘실패한 마약과의 전쟁’으로의 회귀라고 비판하고 있다. 텍사스 시민권 프로젝트의 커스틴 버드와인 변호사는 “이는 단순한 규제 대상이던 헴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전환하는 퇴행적 조치”라며, “특히 흑인과 소수인종이 불균형적으로 형사 처벌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시민권 침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ACLU는 2010~2018년 사이 미국에서 600만 건 이상의 마리화나 관련 체포가 발생했으며, 흑인이 백인보다 3.6배 더 체포될 확률이 높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과학공학의학원(NASEM) 등 보건 전문가들은 고함량 THC의 남용 가능성에 대한 교육은 필요하지만, 제품 금지보다는 규제와 검증 체계 정비가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의료용 대마업체 굿블렌드(Goodblend)의 대변인 제르본 싱글테리는 “헴프는 하룻밤 사이에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의료용 마리화나는 점진적 확장이 필요하다”며 “검증된 의사 처방 제품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프로그램은 준비되어 있다”고 말했다.

걸프전 참전용사인 웨슬리 반스(55세)는 사린 가스 노출 이후 PTSD와 만성 통증에 시달려왔다. 1994년 육군에서 전역한 후에는 수년간 오피오이드계 진통제에 의존했으며, “VA(보훈처)에서는 중독성이 없는 약이 거의 없다”며 “그땐 그냥 소파에 누워있는 좀비 같았다”고 회고했다.

2021년 텍사스의 의료용 마리화나 프로그램(Compassionate Use Program)이 확장된 이후 반스는 등록을 시도했지만, 등록과 진료에 드는 초기 비용만 600달러, 월 평균 약값이 600~800달러에 달해 부담이 컸다. 결국 불법 THC를 잠시 사용하다가, 2018년부터 저렴한 헴프 제품으로 통증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는 “같은 효과를 주는 제품이 거리에서는 220달러인데, 합법 헴프는 40달러면 됐다”며 “불법 시장으로 다시 돌아가게 만들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샌안토니오에 거주하는 윌리엄 맥브론(57세)은 공군 출신으로 통증 완화를 위해 밤에만 헴프 제품을 사용하는 중이다. 그는 오랫동안 마약성 진통제나 수면제 앰비엔 같은 약물을 피하며 대체 치료법을 찾다 헴프 제품에 정착했다.

맥브론은 주의 프로그램에 등록할 자격이 있지만 “의료용 대마 카드가 있으면 연방법상 총기 소지가 불법일 수 있다”며 등록을 꺼리고 있다. 그는 “합법 제품이 있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총기 소지를 포기할 수 없는 일부 퇴역 군인과 환자들은, 연방법과의 모호한 충돌 때문에 합법적인 의료용 마리화나조차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군 출신 참전 용사 도나 매니스칼코(62세)는 심각한 척추 손상으로 통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헴프 제품 덕분에 일상생활과 정원 가꾸기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녀는 THC 제품이 금지되면 뉴욕주에 있는 부모 집으로 이사할 계획도 검토 중이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