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NPR (The Department of Justice logo is displayed before U.S. Attorney General Pam Bondi arrives for a news conference at the agency on May 6 in Washington, D.C. The department announced in a June memo that it is aggressively prioritizing efforts to strip some Americans of their U.S. citizenship. Andrew Harnik/Getty Images)
- 지역 연방검사에 재량권 부여 케이스별 판단에 따라 시민권 박탈 추진
- 이민법 전문가들 “법무부 제시 박탈 대상 기준은 모호하고 포괄적, 해석에 따라 광범위하게 시민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
- “귀화 시민은 2등 시민인가”…법학계·인권단체 강력 비판
-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기조…“출생시 시민권·난민제도도 흔들”
- 1950년대 매카시즘 시기와 유사…“정치적 도구화 경계해야”
미국 법무부가 귀화한 시민을 대상으로 시민권 박탈(denaturalization)을 우선 집행 대상으로 삼는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시민권의 안정성과 평등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11일 온라인에 공개된 내부 지침 메모를 통해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귀화 시민 중 특정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해 사법부는 ‘최대한의 추적과 박탈 조치’를 진행할 것이며, 각 지역 연방검사에게도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해 케이스별 판단에 따라 시민권 박탈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 민사국 브렛 슈메이트 차관보는 “법이 허용하고 증거가 뒷받침되는 모든 케이스에 대해 시민권 박탈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귀화 시민은 전체 미국 인구 중 약 2,5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법적 절차를 거쳐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영구 시민권 보장’이라는 원칙이 무너지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범죄 사실을 귀화 신청서에서 고의로 누락하거나 허위 기재한 경우, 또는 신청 당시 알지 못했던 이전 범죄 사실이 후에 드러날 경우에도 시민권이 박탈될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의 중심이다.
최근 첫 사례로 영국 출신의 귀화 시민이자 군 복무 경력이 있는 엘리엇 듀크(Elliott Duke) 씨는 아동 성착취물 유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시민권을 박탈당했다. 듀크는 귀화 당시 해당 범죄를 신고하지 않은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듀크는 NPR과의 인터뷰에서 “법원 명령을 읽는 순간 내 세계가 무너졌다”며 “현재 나는 사실상 무국적자”라고 호소했다.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 법학 교수 카산드라 로버트슨은 “시민권 박탈을 민사 소송 절차로 진행할 경우, 국선변호사 없이 스스로 방어해야 하며, 정부가 입증해야 할 증거 수준도 낮아진다”고 우려했다.
“이런 절차는 14차 수정헌법에 보장된 적법절차(due process)를 침해하며, 태생적 시민과 귀화 시민 사이에 불평등한 권리 구조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노스웨스턴 법대 명예교수 스티브 루벳(Steve Lubet)도 “귀화 시민의 자녀들까지도 부모의 시민권 박탈로 연쇄적으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파급 효과를 경고했다.
템플대학교 법률기술연구소장 로라 빙엄은 “한 번 부여된 시민권이 행정적으로 반복 검토될 수 있다면, 이는 시민권의 본질 자체를 위협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침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서 진행 중인 이민 정책 대개편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생시 시민권 폐지 시도, 난민 수용 규모 축소 등 여러 방면에서 미국 시민의 정의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한스 폰 스파코브스키는 “범죄자나 테러범, 사기범이 시민권을 유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번 정책을 적극 지지했다. 그는 “시민권은 특권이며, 이를 남용한 사람은 박탈당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민법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제시한 박탈 대상 기준은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앞으로 어떤 사유든 해석에 따라 광범위하게 시민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조치는 1950년대 매카시즘 시대의 정치적 시민권 박탈 사례를 연상케 한다. 당시 수만 건의 시민권 박탈이 이뤄졌으며, 1967년 연방대법원이 “시민권 박탈은 미국 민주주의에 반한다”며 제동을 건 뒤, 건수는 연간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다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시민권 심사 강화가 이뤄졌고, 트럼프 1기 정부는 이를 대대적으로 확장해 민사 소송 중심의 박탈 전략을 전개했다.
법무부는 2022년 이후 테러, 보조금 사기, 의료사기 등 광범위한 범죄를 포함한 박탈 기준을 점점 넓혀왔다. 이번 지침은 그동안 별도로 명시되지 않았던 범죄들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