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과 여성의 법적 정의 명문화
- 의료기록 성별 고정…의료진 처벌 조항 포함
- 성전환 치료 보험사엔 ‘성전환 철회 치료’도 의무화
- 청소년 정신건강 상담 제한 및 부모 보호 조항
- 학교 내 성소수자 교육·학생클럽 규제
- ‘HB 239′(화장실 금지법), ‘HB 2704′(사적 소송 통한 성별위반 처벌), ‘HB 3817′(성 정체성 사기로 인한 중범죄화) 등 보다 강경한 법안들이 다시 추진
텍사스 주의회가 이번 회기에서 100건 이상의 LGBTQ+ 관련 법안을 제출한 가운데, 그 중 10건 미만이 최종 통과됐다. 수년간 논란이 되어온 법안들에 비해 이번 회기에서는 극심한 반발 없이 진행됐지만,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 주민의 신원 유지 및 의료 접근을 제한하는 여러 법안이 새로 통과되며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보건, 교육, 신분 기록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롭게 적용될 법안들은 LGBTQ+ 인권단체들 사이에서 “권리 박탈”로 간주되고 있으며, 일부는 향후 회기에서 부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HB 229: 남성과 여성의 법적 정의 명문화
가장 주목받는 법안은 ‘HB 229’로, 남성과 여성의 정의를 생물학적 기준으로 고정해 법률 전반에 적용한다. 해당 법안은 여성을 “난자를 생산할 수 있는 생물학적 생식 시스템을 가진 개인”, 남성을 “난자를 수정할 수 있는 생물학적 생식 시스템을 가진 개인”으로 정의한다.
이 법안은 즉각적으로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에서 성별 표기 변경을 금지하는 효과를 갖고, 기존에 성별을 바꾼 기록조차 갱신 시 원래대로 복원될 위험이 있다. 주 검찰총장 켄 팍스턴은 지난 3월, 행정기관의 성별 표기 변경을 막는다는 의견서를 이미 낸 바 있다.
이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서명한 행정명령 ‘성별 이념 극단주의로부터 여성 보호하기’와 유사하며, 지지자들은 이를 “여성 권리 보호법안”이라 부르고 있다.
SB 1188: 의료기록 성별 고정…의료진 처벌 조항 포함
‘SB 1188’은 모든 주 의료기록에 출생시 성별 및 생식기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기록하도록 하고, 이를 변경할 수 없게 규정한다. 의료진이 이를 임의로 수정할 경우 민사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의료진이 불명확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기입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이 법안은 인공지능(AI) 활용 진단에 대한 규제와 환자 정보 저장 서버의 물리적 위치 제한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SB 1257: 성전환 치료 보험사엔 ‘성전환 철회 치료’도 의무화
이미 성전환 치료를 보장하는 보험사는 반드시 ‘디트랜지션(성전환 철회)’ 치료도 보장해야 한다는 법안(SB 1257)도 통과됐다. 이는 미국 최초의 법적 디트랜지션 치료 의무화 조항이며, 일부 보험사들이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아예 성전환 치료를 제외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HB 18, HB 1106: 청소년 정신건강 상담 제한 및 부모 보호 조항
2023년 통과된 미성년자 대상 성전환 의료금지법이 2024년 텍사스 대법원에서 유지된 데 이어, 이번 회기에서는 청소년 대상 성 정체성 상담도 제한됐다. 농촌 소아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포함한 HB 18은 출생 성별과 일치하지 않는 성 정체성을 위한 상담을 금지한다.
HB 1106은 자녀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부모를 학대나 방임으로 간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어, LGBTQ+ 청소년의 권리를 축소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SB 12, SB 13: 학교 내 성소수자 교육·학생클럽 규제
SB 12는 텍사스 내 모든 학교에서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대한 교육을 금지하고, 해당 주제에 기반한 학생 동아리 설립도 금지한다. 이로 인해 동성애자-이성애자 동맹(GSA)이나 프라이드 클럽 등, 학교 내 LGBTQ+ 학생들의 지원 네트워크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SB 13은 ‘지역사회 가치’에 반하는 도서의 학교 도서관 비치 여부를 심의할 수 있도록 지역교육위원회에 권한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성소수자 관련 도서의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드래그 스토리 타임(Drag Story Hour)을 금지하는 SB 18은 절차적 실수로 폐기됐다.
부결된 법안들: ‘화장실 금지법’ 등 다수 재발의 가능
이번 회기에서 통과된 법안들은 전체 제출된 100여 건의 소수에 불과하지만, 향후 회기에서 ‘HB 239′(화장실 금지법), ‘HB 2704′(사적 소송 통한 성별위반 처벌), ‘HB 3817′(성 정체성 사기로 인한 중범죄화) 등 보다 강경한 법안들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평등권 단체인 Equality Texas의 존서선 구치 대변인은 “트랜스젠더를 겨냥한 법안 수는 계속 늘고 있다”며 “이번에 통과되지 않은 법안들도 다음 회기에 주요 논의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