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CNN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at Fort Bragg near Fayetteville, North Carolina, Tuesday, June 10, 2025.Brendan Smialowski/AFP/Getty Images)
- 포트 브래그 연설서 “로스앤젤레스 해방하겠다”…국내 도시를 ‘점령지’로 묘사
- 로스앤젤레스 시장 “우리는 실험 대상”…행정 명령에 주정부 반발
- “미국 국기만이 LA 거리를 지배할 것”…대통령 생일 맞춰 대규모 군 퍼레이드 예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본토에 군대를 배치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하며,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인 민간 통제와 권력 분립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시위와 혼란을 “침공” 수준의 위협으로 묘사하며, 자신을 “전시 지도자”로 포지셔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0일(화)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는 “우리가 이번에 강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전국이 불타고 있을 것”이라며, 국토 전역에 군 병력을 배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만약 다른 도시들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로스앤젤레스에서와 같은 혹은 더 큰 힘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노스캐롤라이나 포트 브래그 육군기지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식에서도 트럼프는 이례적으로 자국 도시를 ‘해방’ 대상으로 언급하며 군사적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로스앤젤레스를 해방시킬 것이다. 모든 자원을 동원해 폭력을 진압하고 질서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주일씩 기다리며 주지사가 전화를 하지 않기를 바라며 도시가 불타는 것을 지켜보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은 이날 저녁 방송 연설을 통해 “민주주의가 지금 이 순간 공격받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건국의 아버지들이 만든 세 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토안보부(DHS)는 크리스티 노엠 장관이 국방장관 피트 헥세스에게 LA 시위대 체포를 위해 군 동원 요청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헌법과 ‘포스 코미타투스법(Posse Comitatus Act)’ 위반 소지가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민주당 상원의원인 애덤 쉬프와 알렉스 파딜라도 “국내 군 투입은 극단적 상황에서만 허용돼야 하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 의원 역시 “현역 군인은 일반적으로 국내 치안 업무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ICE(이민세관단속국)의 단속 강화와 시위 대응을 하나의 ‘안보 위협’으로 연결짓고 있다. 그는 “평화가 있다면 우리는 나갈 것이다. 하지만 평화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면, 그곳에 남아 있을 것”이라며, 미국 국내를 ‘전쟁 지역’으로 인식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의 발언은 2020년 대선 이후 ‘부정선거’ 주장을 확산시키며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 사태로 이어졌던 전례와 유사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CNN에 따르면, 백악관은 현재 ‘폭동 진압법(Insurrection Act)’ 외의 대안을 모색 중이나,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과 군 동원 행보는 그 법의 발동을 위한 여론 조성을 의심하게 한다.
LA 시장 카렌 배스는 “우리는 실험 대상 같다. 미국 제2의 도시인 LA에 이런 조치를 할 수 있다면, 이는 전국에 보내는 위협의 신호”라고 경고했다.
현재 LA에는 연방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배치된 해병대 병력이 주둔 중이며, 국방부는 이번 작전의 비용이 1억 3,4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주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군을 투입한 것은 매우 위험한 전례”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주말 워싱턴 D.C.에서는 대통령의 79세 생일과 육군 창설 250주년을 맞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예정돼 있으며, 트럼프는 군대와 군사 이미지에 강한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LA 거리 위에 휘날릴 깃발은 미국 국기뿐이다, 신의 가호 아래에서”라고 말하며, 미국내 군 배치에 대한 상징적 정당성을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