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CNN 캡쳐
- “국민 보호 아닌 정치적 연출”…비판 쇄도
- 공화당은 지지…“약한 주지사 대신 대통령이 나섰다”
- 미 해병대 투입까지?…500명 해병대 대기상태
-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균형을 시험대에 올린 조치 … 깊은 분열과 논쟁에 빠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진 이민 단속 반대 시위를 계기로 군사력을 과시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캘리포니아 주와 LA시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2,000명의 주방위군을 현장에 투입했다. 이 같은 조치는 헌법적 논란과 함께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주말 연방 이민단속국(ICE)의 대규모 단속 이후 로스앤젤레스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고, 일부 지역에서 자율주행차 방화 등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6월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LA 상황이 매우 나쁘다. 군을 투입하라”며 군사 개입을 공식화했다.
현재까지는 주방위군 위주로 배치됐지만, 미 북부사령부는 500명의 해병대가 “배치를 대비한 대기 상태”라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이 주지사의 동의 없이 군을 투입한 드문 사례로 포스 코미터투스법(Posse Comitatus Act) 위반 소지가 있다.
해당 법은 특별한 법적 승인 없이 연방 군대를 국내 치안 유지에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번 군 투입이 단순한 질서 회복 이상의 목적을 지녔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주정부와 도시들이 연방의 이민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데 대한 정치적 경고를 던지고 있으며, 자신의 ‘강경한 지도자’ 이미지를 재확인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국내 정책 고문은 “침입자를 추방하든가, 반란에 항복하든가”라고 X(구 트위터)에 글을 올리며 폭동진압법(Insurrection Act) 발동을 시사했다.
국방장관 피트 헥세스는 “폭력이 계속되면 캠프 펜들턴에 주둔 중인 해병대도 동원될 수 있다”고 밝혀 파장을 키웠다. 해당 부대는 벨로우우드, 이오지마, 팔루자 등 전설적 전투에서 활약한 정예 병력이며, 이를 국내에 배치하는 것은 헌법적 금기사항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
공식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폭동진압법을 발동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권 초기부터 대학, 언론, 법률기관에 대한 공격적 행정 조치를 남발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일관된 패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에이미 클로버샤(민주·미네소타) 상원의원은 CBS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고의적으로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이 나라는 지금 권위주의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참전용사 단체 ‘커먼디펜스(Common Defense)’는 “시위에 대한 군사적 대응은 시민권을 침해하는 위험한 행동”이라며 트럼프의 결정을 비판했다.
반면, 공화당 주요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다. 마크웨인 멀린(공화·오클라호마) 상원의원은 “뉴스섬 주지사는 법을 집행하지 못하는 약한 지도자”라며 “대통령이 대신 국민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런 존슨(공화·위스콘신) 상원의원은 “민주당 정치인들이 법 집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제임스 랭포드(공화·오클라호마)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갈등을 진정시키기 위해 군을 보냈다”고 말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해병대의 투입 가능성이다. 헥세스 국방장관은 “상황이 악화되면 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이는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트럼프 1기 시절 국방장관이던 마크 에스퍼는 회고록에서 “트럼프가 시위대 다리를 쏘는 게 가능한지 물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헥세스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헌법에 위반되는 명령은 수행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통령과 협의하겠다”며 명확한 입장을 피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군 동원은 단순한 시위 대응이 아닌 정치적 계산, 권력의 과시, 헌법 해석의 경계선을 시험하는 중대한 권력 행위라고 평가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