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미국립외교박물관 홈페이지
- 트럼프·루비오 “국무부 효율화”… 비판은 “외교력 붕괴 초래”
- 미 외교 정책 중심 축소… 난민·인권·민주주의 지원 부서 폐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따라 미 국무부가 1,300명이 넘는 직원을 12일(금)자로 해고했다. 이 같은 인사 조치는 미국의 외교 리더십과 국제 위협 대응 능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AP는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이번 정리해고 대상은 미국 내 배치된 민간 공무원 1,107명과 외교관 246명으로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경부터 “직책이 폐지됐다”는 해고 통보서를 받기 시작했다. 통보서에는 당일 오후 5시부로 국무부 본부 출입, 이메일 및 내부 공유 시스템 접속이 차단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외교관은 즉시 120일간의 행정휴직에 들어가고 이후 공식적으로 해고되며 민간 공무원은 60일의 유예 기간 후 퇴직 처리된다.
국무부 측은 “인력 감축은 핵심 기능 외 중복되거나 비효율적인 부서를 중심으로 신중히 이뤄졌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번 구조조정을 “기능 위주의 효율적 외교기관 재편”이라고 평가했다. 루비오 장관은 “부서를 폐지하면 관련 직위는 불필요해진다”며 “사람을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닌 조직을 현대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직 및 전직 외교관들과 전문가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미국 외교관 노조인 미국 외무서비스협회(AFSA)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국제 정세가 극도로 불안정한 이 시기에 외교 전문 인력을 잃는 것은 국가 이익에 치명적인 타격”이라며 “정리해고는 자격, 능력과 무관하게 배치 지역만을 기준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단순한 인력 감축을 넘어 미국의 외교 정책 방향 자체를 재편하는 성격을 띤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국제개발처(USAID)를 국무부에 통합하며 60년 역사의 해외 원조 기구를 사실상 해체했다. 또한 난민 재정착, 인권, 민주주의 증진 등과 관련된 부서와 프로그램을 ‘이념적으로 편향됐다’는 이유로 폐지 대상으로 삼고 있다.
국무부가 5월 의회에 제출한 계획서에 따르면 미국 내 국무부 직원 약 1만 8,700명 중 18% 감축을 목표로 하며, 이는 기존 발표했던 15%를 상회하는 규모다. AP는 이번 조치는 300개 이상의 부서와 사무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직 외교관 고든 듀기드(Gordon Duguid)는 AP와 인터뷰에서 “해고 대상자의 능력이나 전문성은 고려되지 않았다”며 “국무부는 이제 ‘윗선 지시에만 복종하는 사람들’만 남기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미국 대법원은 최근 관련 정리해고 조치에 대한 법적 제동을 해제했지만, 구조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성과 중심 외교로의 전환”을 강조하며 개편을 강행할 방침이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