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예술은 작자의 의도가 고스란히 전달되기도 하지만 관객이나 청중 개인의 배경지식과 경험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습니다. 본글은 다큐멘터리 영화 ‘초선’ 에 대한 개인적 감상평으로 작가의도 및 일반 관객들과 다른 해석임을 알려드립니다 / 편집자주]
전후석 감독의 다큐멘터리 ‘초선’은 이미 알려진 것과 같이 한국계 정치인 5명의 연방하원 도전기다.
18일(일) 휴스턴 한인회(회장 윤건치)와 한인상공회(회장 강문선), 민주평통 휴스턴협의회(회장 박요한)이 공동 주최한 상영회에서 ‘초선’은 내게 한인 정치인들의 워싱턴 입성기에 대한 이야기로만 다가오지 않았다. 어쩌면 다큐멘터리 서사 속 행간에서 관객들은 우리안에 내재된 ‘편견’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불편함’에 대한 지적이 읽히기 때문일 것.
5명의 연방하원 도전기는 맞다. 그리고 피부색으로 인한 편견, 성정체성이 다르기 때문에 겪는 편견, 평가와도 맞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숱한 편견에 부딪히고 편견에 갇혀 살기도 한다. 이혼가정, 싱글맘, 싱글대디를 향한 불편한 시선을 드러내기도 한다. 장애인을 향한 그릇된 생각, 인종차별도 편견에서 기인한다. 정치적 성향이 다를 경우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서로를 비난하는 극단주의 역시 편견의 일종이다. ‘사랑은 사랑’이지만 성소수자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며 옳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또한 같은 범주다.
미주 한인사회는 교회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1세대 부모들은 365일 쉬지 않고 일하며 자녀들의 교육과 성공적 미래를 그렸고 엔지니너, 변호사, 의사와 같은 전문직종으로 키워내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물질적으로 성공한 자녀들에게서 힘겨운 이민생활을 성공적으로 버텨온 보람과 흐뭇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기도한다. 앞으로도 행복한 삶을 살수 있게 힘을 달라고.
우리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불편함’들이 많지만 그런 것들을 드러내지 않는다. 성소수자 문제일 때는 더욱 그렇다. 게이나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이라도 하면 ‘감춰야할 불편함’은 더욱 커진다. 종교를 토대로한 커뮤니티일 경우 불편함의 양은 가늠하기 어렵다. 성소수자를 바라는 보는 한인사회 시각은 ‘정신병’ 아니면 ‘악마가 깃든’ 영혼의 질병이라고 결정짓는다. 이처럼 한인사회에서 언급하기 매우 불편한 첫번째가 바로 ‘성소수자 자녀’ 이야기다. 그리고 선출직으로 출마하려는 한인정치인에게는 인종적 차별에 맞서는 것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를 향한 편견과도 싸워야 하는 일대 다수의 싸움이 된다. 성정체성을 두고 ‘사람 자체’를 평가하는 편견. 일대일의 싸움도 힘겨운 선거판에서 일대 다수의 싸움은 복리이자가 붙듯 ‘힘겨움’의 양이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1992년 4월 29일 LA 폭동 이후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할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나는 영화 속에서 인종갈등을 가져오는 편견을 본다. 한인사회 일부 구성원들은 ‘흑인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내뱉기도 한다. 한국사람만큼 인종차별을 하는 인종도 없다는 말을 하는 이들도 있다. 나보다 피부색이 어두울 경우에 더욱 그렇다는 것.
엄마는 한국인이며 아버지가 흑인인 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은 영화에서 말한다. “쇼핑을 가면 종업원이 따라다녔다. 다른 고객들에게는 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흑인이기에 잠재적인 절도범으로 보고 있는 시선에 대해 지적한 것. 유색인종으로서 우리가 받는 인종차별에 대해 부당함을 외치지만 우리 스스로가 갖고 있는 타인종에 대한 편견을 얘기하는 것으로 보였다.
미셸 스틸 의원의 “한국계니까 한인사회가 당연히 지지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지적이 뼈아픈 이유도 같은 핏줄이니까 같은 민족이니까 뽑아줄거라는 믿음 역시 ‘치우친 생각’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에 지배를 받는다. 심할 경우 극단적 대립으로 갈등은 커간다. 영화 ‘초선’은 한인들이 애써 피하고 있는 ‘불편함’과 만나게 한다.
한인사회 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가 갖고 있는 편견!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할 때 오는 충돌은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말”은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나와 무관한 일에 객관적 조언차원에서 던질 수 있는 말이 됐다.
영화 초선은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극단을 향해 내달리는 양극화에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를 안겼다.
안미향 기자 텍사스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