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NPR (The government submitted final renderings to the National Capital Planning Commission that depict a 250-foot arch topped with three gold statues and an eternal flame. Department of the Interior)
- 워싱턴DC와 알링턴 국립묘지 사이 대형 기념물 추진…5일 최종 심의
- 참전용사·역사보존단체 반발에 DC·버지니아주도 소송 제기
- 의회 승인 없는 건립 적법성 논란 … 연방판사 공사 중지 여부 검토
[텍사스N]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DC에 추진하는 높이 250피트(약 76m)의 대형 개선문 건립 계획이 연방정부의 최종 승인 단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여론은 좋지 않다. 국가예산 낭비라며 찬성보다 반대가 많고 알링턴 국립묘지와 링컨 기념관 사이에 놓이는 위치선정으로 인해 참전용사회들도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금장식을 설치하는 개선문에 대해 일각에서는 “왕이 되고싶은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또 참전용사들과 워싱턴DC, 버지니아주 정부가 사업의 적법성을 문제 삼으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실제 착공 여부는 연방법원의 판단에 달리게 됐다.
NPR에 따르면 국가수도계획위원회(National Capital Planning Commission·NCPC)는 5일(목) 트럼프 행정부가 제출한 개선문 건립 계획에 대한 최종 승인 여부를 심의한다.
개선문은 워싱턴DC의 링컨기념관과 버지니아주의 알링턴 국립묘지를 연결하는 알링턴 메모리얼 브리지 서쪽 교통광장인 메모리얼 서클(Memorial Circle)에 들어설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위원회 승인과 내무부의 최종 허가가 내려지면 이르면 5일부터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연방지방법원이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심리하고 있어 행정 승인만으로 착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링컨기념관 두 배 넘는 높이 … 상단에는 금빛 조각상과 불꽃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선문은 프랑스 파리의 에투알 개선문을 연상시키는 대형 구조물이다. 높이는 250피트로, 인근 링컨기념관의 두 배가 넘는다. 연방정부가 국가수도계획위원회에 제출한 최종 설계도에는 흰색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금빛 조각상 3개를 설치하는 방안이 담겼다.
그중 하나는 횃불을 들고 날개를 펼친 여성상이며, 정상에는 꺼지지 않는 불꽃을 설치하도록 설계됐다. 건물 내부에는 전망대와 사무공간, 행사 및 프로그램 운영 공간, 엘리베이터, 계단, 화재 대응시설 등이 포함된다.
사업 부지는 포토맥강을 사이에 두고 링컨기념관과 알링턴 국립묘지를 연결하는 역사적 경관의 중심부에 위치한다. 백악관은 개선문이 알링턴 국립묘지 방문객의 경험을 향상하고 워싱턴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2일 워싱턴DC에서 개선문을 비롯한 수도권 건설사업을 언급하며 사업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5일 국가수도계획위원회 심의 … 시민 120명 가까이 발언 신청
국가수도계획위원회는 5일 온라인 회의를 열어 개선문 건립 계획을 심의한다. 이번 회의의 유일한 안건은 개선문 건립사업으로, 회의에는 약 5시간이 배정됐다.
NPR에 따르면 약 120명의 시민이 발언을 신청했다. 통상적인 위원회 회의와 비교해 이례적으로 많은 인원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과 참전용사, 역사보존단체, 지역 주민 등 10만 명 이상이 서면 의견과 시위 등을 통해 사업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반대 측은 개선문이 워싱턴DC의 역사적 경관을 훼손하고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된 군인들을 기리는 공간의 의미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복잡한 수도권 도로망과 항공 교통에 새로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국가수도계획위원회는 앞서 예비 부지계획과 건축계획을 승인한 바 있다. 위원장인 마크 파올레타(Mark Paoletta)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로, 지난달 공개 기고문에서 개선문 건립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최종 승인 여부는 이날 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참전용사들 소송 … 의회 승인 없는 건립 적법성 쟁점
개선문 건립을 둘러싼 가장 큰 법적 쟁점은 연방의회의 별도 승인 없이 대통령 행정부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지 여부다. 베트남전 참전용사 3명과 건축사학자는 의회 승인 없이 개선문을 건립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적법한 승인 절차를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1925년 의회가 알링턴 메모리얼 브리지 건설을 승인할 당시 교량 끝부분에 기둥 구조물을 설치하는 계획도 허가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당시 계획됐던 기둥은 실제로 건립되지 않았다.
행정부는 약 100년 전 의회 승인이 현재의 개선문 건립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원고 측은 기존 법률이 현재 추진하는 대규모 구조물까지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원고들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의회의 명시적인 승인 없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예비적 금지명령을 요청했다.
워싱턴DC·버지니아주도 소송…교통·환경·항공 안전 우려
법적 분쟁은 참전용사들의 소송을 넘어 지방정부로 확대됐다. 워싱턴DC와 버지니아주 정부는 최근 공동으로 별도 소송을 제기하고 개선문 건립 중단을 요구했다. 두 지방정부는 사업이 의회 승인 없이 추진되고 있으며, 연방 환경법과 역사보존 관련 법률, 워싱턴DC의 건축물 높이 제한 규정 등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사 과정에서 메모리얼 브리지 주변 교통이 혼잡해지고 응급차량의 이동과 재난 대응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근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의 항공기 운항에 미칠 영향도 쟁점이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개선문이 일정한 조명 조건을 충족하면 항공 운항에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반대 측은 높이 약 320피트의 공사용 크레인과 조명시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적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DC와 버지니아주 정부는 대규모 공사가 시작되면 교통과 환경, 공공안전 분야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사후에 복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방판사, 승인 결정 1시간 이내 보고 명령
사건을 심리하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타냐 처트컨(Tanya Chutkan) 판사는 행정부에 엄격한 보고 의무를 부과했다. 처트컨 판사는 2일 국가수도계획위원회와 국립공원관리청, 내무부가 개선문 건립과 관련해 결정을 내릴 경우 1시간 이내에 법원에 통보하도록 명령했다. 또한 메모리얼 서클에서 개선문 건립과 관련된 공사 또는 준비 활동이 발생하면 30분 이내에 보고하도록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부 보고와 법원 제출 서류 작성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보고 기한을 24시간으로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판사는 기존 기한을 유지했다. 처트컨 판사는 지난달 30일 열린 심리에서도 정부가 공사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와 국가안보상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행정부는 개선문이 단순한 기념물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개선문을 장기적인 국가방위 측면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처트컨 판사는 민간 방문객을 수용하는 대형 기념물이 군사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설명에 추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의문을 제기했다.
착공 시점 불투명…법원 결정에 관심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수도계획위원회와 내무부의 승인이 완료되면 즉시 착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4일 밤 법원에 제출된 서류에서는 메릴랜드 소재 건설업체 그룬리 컨스트럭션(Grunley Construction Company)이 허가를 예상해 현장 외부에서 공사 준비를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도 언급됐다.
다만 정부는 해당 업체의 준비 활동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정하지 않았다. 공사가 시작되더라도 초기 단계는 지하 굴착과 기초공사가 중심이 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상 구조물 건설은 이르면 2027년 5월부터 시작될 수 있으며, 전체 공사에는 약 33~39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연방법원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면 행정부의 착공 일정은 변경될 수 있다.
국가수도계획위원회의 최종 승인 여부와 처트컨 판사의 판단이 개선문 건립사업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