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서울특별시 홈페이지 (영등포의 RFID 방식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1996년 재활용률 2.6퍼센트에서 2023년 약 97퍼센트로
RFID 쓰레기통에 카드 찍고 버린 만큼 요금…861만 가구 이용
뉴욕도 340만 가구 음식물 분리배출 의무화했지만 회수율은 아직 약 9퍼센트
“한국 성공의 핵심은 기술만이 아니라 버린 사람이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
아파트 1층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에 카드를 갖다 댄다. 뚜껑이 열리면 남은 밥과 채소 껍질, 음식 찌꺼기를 넣는다. 기계는 버린 음식물의 무게를 측정하고 그만큼의 처리비를 해당 가구에 부과한다.
한국에서는 이제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이다.
그러나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음식물쓰레기를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는 문화가 여전히 강한 미국에서 한국의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스템은 세계 최대 도시 뉴욕이 참고하는 정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BBC Future는 최근 ‘뉴욕에는 음식물쓰레기 문제가 있다. 한국은 이미 해결했다(New York has a food waste problem. South Korea has already solved it)’는 제목의 특집을 통해 한국이 약 30년에 걸쳐 구축한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과 종량제, RFID 계량 시스템을 집중 조명했다.
BBC가 주목한 수치는 극적이다.
한국의 음식물쓰레기 재활용률은 1996년 2.6퍼센트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약 97퍼센트까지 높아졌다. 불과 한 세대 만에 음식물쓰레기를 대부분 매립하던 나라에서 거의 전량을 별도로 회수해 자원화하는 나라로 바뀐 것이다.
서울 아파트의 평범한 풍경이 BBC 특집의 첫 장면
BBC 기사는 서울 여의도에 사는 홍승환 씨가 일주일 동안 모은 채소 손질 찌꺼기와 남은 밥, 과일 껍질을 들고 아파트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는 음식물쓰레기 처리기에 카드를 대고 쓰레기를 넣는다. 기계가 무게를 측정하고 비용을 가구 계정에 부과한다. 1분도 걸리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BBC는 이 평범한 행동 뒤에 세계적으로도 가장 야심 찬 음식물쓰레기 관리 시스템 가운데 하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핵심은 RFID, 즉 무선주파수인식 기술을 이용한 음식물쓰레기 종량기다.
누가 얼마나 버렸는지 자동으로 측정하고 그 양에 따라 비용을 내도록 한다. 많이 버리는 가구는 더 내고 적게 버리는 가구는 덜 낸다.
한국 환경부 자료에서도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는 지정봉투, 칩·스티커, RFID 등으로 운영되며, RFID 방식은 배출자를 전자태그로 확인하고 실제 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구조다. 환경부는 이 방식이 배출량에 비례해 비용을 부담한다는 종량제 취지에 가장 적합하다고 설명해 왔다.
BBC에 따르면 2025년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는 RFID 음식물쓰레기 수거기는 15만1,934대에 달하며 861만 가구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한국도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다. 한국의 현재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BBC가 정리한 변화의 출발점은 1990년대다. 급속한 도시화와 생활수준 향상으로 쓰레기가 늘어나면서 매립지와 위생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1995년 정부는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했다. 1997년에는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을 의무화했다. 2005년에는 음식물쓰레기를 그대로 매립하는 것을 금지했다.
2010년에는 RFID 스마트 음식물쓰레기 수거기 시범사업이 시작됐고, 2013년에는 음식물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침출수의 해양배출도 금지됐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2013년에는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는 종량제가 전국적으로 확대됐으며, RFID 방식은 2010~2011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정책은 단계적으로 강화됐다. 분리해서 버리도록 하고, 매립을 막고, 버리는 양에 따라 돈을 내게 하고, 수거된 음식물은 다시 자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2.6퍼센트에서 97퍼센트로
결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BBC에 따르면 한국의 음식물쓰레기 재활용률은 1996년 2.6퍼센트에서 2023년 약 97퍼센트까지 상승했다. 다만 여기서 ‘97퍼센트’의 의미는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람들이 음식물을 97퍼센트 먹어 치워 음식 낭비 자체가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발생한 음식물쓰레기의 대부분을 일반쓰레기와 함께 매립하지 않고 별도로 수거해 재활용·자원화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BBC 제목의 ‘한국은 이미 해결했다’는 표현 역시 음식물 낭비 자체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라기보다 음식물쓰레기를 분리하고 회수해 다시 자원으로 돌리는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맥락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한국에서도 음식물쓰레기 발생량 자체를 더 줄여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버린 음식이 전기와 가스로
한국 시스템의 또 다른 특징은 음식물쓰레기의 종착지가 매립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분리수거된 음식물은 처리시설을 거쳐 사료나 퇴비, 바이오가스 등의 자원으로 전환된다.
BBC가 소개한 대전바이오에너지센터에서는 반입된 음식물쓰레기의 약 70~75퍼센트가 에너지로 전환되며, 생산되는 에너지는 약 6천 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한국에는 이와 유사한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이 340곳 이상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 과정은 기후변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음식물쓰레기가 매립지에서 산소가 부족한 상태로 분해되면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발생한다. 반면 혐기성 소화시설에서는 이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를 포집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 역시 수거된 음식물쓰레기를 사료와 퇴비, 바이오가스 등으로 자원화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서울은 이제 “덜 버리면 보상”
한국의 정책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RFID 종량기를 사용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음식물쓰레기 감량 포인트제’를 처음 도입했다.
단순히 음식물쓰레기를 제대로 분리해 버리는 것에서 나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얼마나 덜 버렸는지를 측정해 보상하는 제도다. 전년 대비 음식물쓰레기를 10퍼센트 이상 줄이면 2천 포인트, 20퍼센트 이상이면 3천 포인트, 30퍼센트 이상이면 최대 5천 포인트를 지급한다.
포인트는 세금이나 아파트 관리비, 가스비 등에 사용할 수 있고 상품권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즉 한국의 음식물쓰레기 정책은 ‘버린 만큼 돈을 내는 제도’에서 ‘덜 버리면 혜택을 받는 제도’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는 뉴욕이 한국을 따라간다
BBC가 한국을 집중 조명한 이유는 뉴욕시가 현재 비슷한 문제와 씨름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시는 2024년 10월부터 도시 전역에서 음식물쓰레기를 포함한 퇴비화 가능 폐기물의 분리배출을 의무화했다.
뉴욕시 위생국에 따르면 모든 주민은 음식물 찌꺼기와 음식물이 묻은 종이, 정원 폐기물 등을 일반쓰레기와 분리해 뚜껑이 있는 별도의 용기에 넣어 배출해야 한다. 매주 재활용품 수거일에 함께 수거한다.
약 340만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가정 유기성폐기물 회수 프로그램이다. BBC는 뉴욕시가 이 제도를 확대하면서 한국을 하나의 모델로 참고했다고 전했다. 2025년 4월부터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벌금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뉴욕시 공식 규정에 따르면 음식물쓰레기를 일반쓰레기와 제대로 분리하지 않는 경우 건물 규모와 반복 횟수에 따라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뉴욕의 현실은 아직 ‘9퍼센트’
하지만 법을 만드는 것과 시민들의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다. BBC에 따르면 뉴욕시가 2025년 처리한 가정 유기성폐기물은 약 14만 톤이었다.
뉴욕 가정에서 연간 발생하는 약 150만 톤의 유기성폐기물 가운데 약 9퍼센트에 해당한다. 한국의 음식물쓰레기 재활용률 약 97퍼센트와는 큰 차이가 난다. 뉴욕시 위생국은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올리기 위해 5개 자치구에서 방문 홍보를 벌여 주민들과 6만 건 이상의 대화를 나눴다. 규정을 지키지 않은 가구에는 제도 시행 이후 6만3천 건 이상의 위반 통지서도 발부했다.
뉴욕에도 ‘스마트 쓰레기통’ 400개…그런데 쥐가 문제
뉴욕도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도시 전역에 400개가 넘는 스마트 퇴비 수거함을 설치했다. 주민들은 모바일 앱을 이용해 24시간 음식물쓰레기와 식물성 폐기물을 버릴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의 RFID 종량기와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한국의 RFID 시스템은 가구를 식별하고 배출 무게를 측정해 버린 만큼 비용을 부담시키는 구조다. 뉴욕의 스마트 수거함은 주민의 접근성을 높여 분리배출을 편리하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운영상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BBC가 인터뷰한 맨해튼 이스트빌리지 주민은 스마트 수거함이 편리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수거함 주변으로 설치류가 몰리는 문제가 있어 건물 안으로 옮겨야 했다고 말했다. 더 자주 수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쓰레기 문제와 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뉴욕으로서는 단순히 스마트 쓰레기통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한국의 시스템을 복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국과 뉴욕의 결정적 차이, “버린 만큼 내가 낸다”
BBC 보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한국 시스템의 성공을 단순히 ‘첨단 쓰레기통’에서 찾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의 RFID 수거기는 기술이지만 그 기술을 움직이는 것은 경제적 인센티브다. 내가 버린 음식물의 무게가 화면에 나타나고 그 비용이 내 가구에 청구된다.
서울의 홍승환 씨 역시 BBC에 자신이 버린 음식물의 무게와 비용을 직접 확인하면서 얼마나 많은 음식을 버리는지 더 의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환경부가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한 논리도 ‘오염자 부담 원칙’이다. 배출량에 비례해 처리비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처음부터 음식물쓰레기 발생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뉴욕은 현재 분리배출을 의무화하고 위반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단계다. 한국은 여기에 더해 정상적으로 분리배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얼마나 버렸는가’를 측정하고 비용을 차등화한다. 바로 이 차이가 뉴욕이 한국의 RFID 방식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아파트 도시 뉴욕, 서울 방식 적용 가능할까
두 도시에는 중요한 공통점도 있다. 아파트 거주자가 많다는 것이다. BBC에 따르면 뉴욕 주민의 약 70퍼센트가 아파트에 거주한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공동주택 단위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이다.
컬럼비아 기후대학의 스티븐 코헨 지속가능경영 프로그램 책임자는 한국의 RFID 수거함이 뉴욕에서도 주민 개개인에게 자신이 배출하는 유기성폐기물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부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순환경제에서는 유기성폐기물을 분리해 회수하고 에너지 등으로 다시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시스템을 그대로 옮기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1995년 종량제 도입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30년에 걸쳐 제도와 수거 인프라, 처리시설, 시민들의 생활습관을 함께 변화시켰다. 뉴욕이 이제 막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을 도시 전체에 의무화한 것과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한국도 아직 ‘완성형’은 아니다
BBC의 제목은 한국이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이미 해결했다’고 표현했지만 한국 내부에서는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 주문솔 수석연구원은 BBC에 한국이 음식물쓰레기 재활용에서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새로운 기술과 정책을 통해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하는 전환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재활용률이 높다고 해서 음식물쓰레기 발생 자체가 적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거와 운반, 처리에도 비용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사료와 퇴비로 전환한 이후의 품질과 수요, 바이오가스 시설 확대, 음식물쓰레기 자체의 원천 감량도 계속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울시가 올해부터 RFID 데이터를 이용해 전년보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인 가구에 포인트를 지급하기 시작한 것도 정책의 초점을 ‘잘 버리는 것’에서 ‘처음부터 덜 버리는 것’으로 옮기려는 시도다.
30년 전 쓰레기 대란 겪던 한국, 이제 미국 최대 도시가 배운다
한국의 음식물쓰레기 정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특정 기술 하나를 개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 1997년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의무화, 2005년 음식물쓰레기 직매립 금지, 2010년 RFID 시범사업, 2013년 음식물쓰레기 침출수 해양투기 금지까지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동시에 버린 만큼 비용을 내는 경제적 유인과 재활용 시설을 결합했다.
그 결과 1996년 2.6퍼센트에 불과했던 음식물쓰레기 재활용률은 2023년 약 97퍼센트까지 올라갔다.
반면 뉴욕은 이제 340만 가구를 대상으로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을 의무화하고 400개 이상의 스마트 수거함을 설치했지만, 2025년 가정 유기성폐기물 처리량은 전체 발생량의 약 9퍼센트에 머물렀다.
BBC가 한국의 사례를 뉴욕의 미래와 연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이 보여준 것은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새로운 기계 하나가 아니라 시민의 생활습관과 비용 부담, 수거체계, 재활용 산업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면 거대한 도시의 쓰레기 흐름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30년간의 경험이다.
그리고 지금, 세계 최대 도시 가운데 하나인 뉴욕이 그 경험에서 답을 찾고 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