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국 시장에서 미국산 소고기 수출이 사실상 붕괴했고 그 자리를 호주가 빠르게 메우고 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과거 미국 축산업계에 돌아가던 수억 달러의 수익이 호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은 세계 최대 식품 수입국으로 미국산 소고기는 지난 수년간 매달 약 1억 2천만 달러 규모로 수출돼 왔다. 그러나 올해 3월 베이징 당국이 수백 개 미국 육류 가공 시설의 수입 허가를 연장하지 않으면서 수출이 급락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보복성 관세 전쟁을 벌여 농축산물 전반에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 무역 통계에 따르면 미국산 소고기 수출액은 지난해 7월과 8월 각각 1억 1,800만 달러와 1억 2,500만 달러였으나, 올해 같은 달에는 각각 810만 달러, 950만 달러에 그쳤다. 불과 1년 만에 90% 이상 급감한 것이다.
미국산 소고기의 빈자리는 곧바로 호주가 차지했다. 호주산 쇠고기 수출액은 최근 매달 2억 2천만 달러를 넘어서며 2년 전 평균치(1억 4천만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브라질도 수출을 늘렸지만 미국산과 가장 유사한 곡물사육 쇠고기를 공급하는 호주가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호주 컨설팅 업체 ‘에피소드3’의 축산 분석가 맷 달글리시는 “호주에는 좋은 일”이라며 “소값 강세를 지탱해주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미국육류수출연맹(USMEF) 대변인 조 슐레는 “중국과의 소고기 갈등은 사실 소고기 자체 문제가 아니라 미·중 간 다른 정치적 갈등에 얽혀 있다”며 “해당 문제가 풀려야 수출 정상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슐레는 또 “중국은 미국 내에서 인기가 덜한 부위(척롤 등)에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해주는 중요한 시장”이라며 “중국 수요가 빠지면서 가격 지지 효과를 잃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설사 무역 협상이 재개된다 해도 미국이 잃은 시장 점유율을 단기간에 되찾기는 어렵다고 전망한다. 달글리시는 “호주 소고기 생산량이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고,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며 “호주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기록적인 물량을 수출 중”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국내 공급 과잉 문제를 이유로 소고기 수입 전반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조사는 11월 26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수입 제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