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AP
미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상징적 도로 ‘루트 66(Route 66)’이 개통 100주년을 맞으며, 도로 위에 남겨진 역사와 문화적 의미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1926년 개통된 루트 66은 Chicago에서 Santa Monica Pier까지 약 4,000km를 잇는 도로로 한때 미국 경제와 이주, 여행 문화의 핵심 축 역할을 했다.
쇠퇴한 도시와 애니메이션 ‘Cars’의 배경
루트 66은 수많은 소도시의 흥망성쇠를 상징한다. 고속도로 건설 이후 우회되며 쇠퇴한 마을들은 애니메이션 Cars 속 ‘라디에이터 스프링스’의 모델이 됐다. 실제 캔자스 갈레나 지역의 오래된 견인차는 영화 캐릭터 ‘메이터’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별의 역사…‘그린북’과 안전한 쉼터
한편 루트 66은 인종차별의 역사도 함께 품고 있다. 흑인 운전자들은 차별과 위험을 피해 1936년 발간된 ‘더 그린 북(The Green Book)’을 참고해 이용 가능한 숙소와 주유소를 찾아야 했다. 오클라호마주 루터 인근의 ‘Threatt Filling Station’은 흑인 소유 주유소로 연료뿐 아니라 음식과 휴식을 제공하는 안전한 공간으로 기능했다.
자동차 문화와 네온사인의 시대
1950년대 자동차 문화 확산과 함께 루트 66에는 수천 개의 드라이브인 극장과 식당이 생겨났다. 오클라호마 사풀파의 티피 자동차극장(Tee Pee Drive-In Theater)는 1949년 건설된 이후 화재와 토네이도를 견디고 20여 년 폐쇄 끝에 2023년 재개장하며 상징성을 이어가고 있다.
또 미주리주에는 폐업한 상점들의 네온사인을 모아 전시한 루트 66 네온 파크(Route 66 Neon Park)가 조성, 과거 도로 문화의 흔적을 보존하고 있다.
텍사스 명소…캐딜락 랜치와 미식 문화
텍사스 구간에서는 캐딜락 랜치(Cadillac Ranch)가 대표적인 명소로 꼽힌다. 1974년 설치된 이 공공예술 작품은 땅에 반쯤 묻힌 차량에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스프레이 페인팅을 하며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공간이다.
인근 빅텍산 스테이크 랜치( The Big Texan Steak Ranch) 에서는 72온스 스테이크를 한번에 다 먹는 ‘완식 도전’이 관광 요소로 자리 잡았다.
원주민 역사와 문화 재조명
루트 66의 절반 이상은 원주민 자치 지역을 통과한다. 원래 이 길은 원래 원주민 교역로를 기반으로 형성됐다. 다만 과거 일부 관광지에서는 티피와 깃털 장식 등 왜곡된 이미지가 상업적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원주민 공동체가 직접 문화와 역사를 전달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음악과 대중문화 속 ‘마더 로드’
루트 66은 대중문화에서도 중요한 상징이다. (Get Your Kicks on) Route 66을 비롯해 다양한 음악과 영화 속에서 미국식 로드트립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또 애리조나 윈슬로에서는 Take It Easy 가사에 등장하는 장소가 관광 명소로 남아 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길”
루트 66은 더 빠른 고속도로에 자리를 내줬지만, 여전히 복원된 모텔과 식당, 예술 공간 등을 통해 여행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루트 66은 단순한 도로가 아니라 미국 현대사의 축소판”이라며 “100년이 지난 지금도 문화와 기억을 잇는 상징적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