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사실상 박멸된 것으로 여겨졌던 ‘뉴월드 스크루웜(New World Screwworm)’이 텍사스에서 60년 만에 다시 발견되면서 축산업계와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농무부(USDA)는 4일 텍사스 남부 라 프라이어(La Pryor)의 생후 3주 된 송아지에서 뉴월드 스크루웜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라 프라이어는 멕시코 국경에서 약 50마일(80㎞) 떨어진 지역이다.
브룩 롤린스 미 농무부 장관은 이번 사례가 미국 내에서 확인된 유일한 감염 사례이며, 텍사스에서는 1966년 이후 처음 발견된 것이라고 밝혔다.
텍사스 주 수의국장 버드 딩게스는 감염이 확인된 지역을 중심으로 반경 12마일의 검역 구역을 설정하고, 검사 없이 가축은 물론 반려동물을 포함한 모든 온혈동물의 이동을 금지했다.
뉴월드 스크루웜은 암컷 파리가 상처 부위나 점막에 알을 낳으면 유충이 부화해 살아있는 조직을 파먹으며 성장하는 기생충이다. 일반적인 파리 유충이 죽은 조직을 먹는 것과 달리 살아있는 살을 침식해 심각한 상처를 유발하며, 치료하지 않을 경우 가축이나 야생동물, 반려동물은 물론 사람까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다만 USDA는 이번 사례가 축산업에 대한 경고 신호이기는 하지만 식품 안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감염된 송아지도 회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미국 축산업계는 1970년대 스크루웜 박멸 이전 수천만 달러의 피해를 입었던 악몽을 떠올리며 긴장하고 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피해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당국은 지난해부터 멕시코 전역에서 북상하는 스크루웜 확산을 예의주시해 왔다. 특히 최근 멕시코 북부 지역에서 미국 국경 25마일(40㎞) 이내에서도 감염 사례가 보고되면서 우려가 커졌다. 이에 따라 USDA는 수개월 전부터 대규모 방역 작전에 착수했다.
과거 박멸에 성공했던 방법인 ‘불임 수컷 파리 방사 프로그램’을 다시 가동해 수백만 마리의 불임 스크루웜 파리를 살포하고 있다. 암컷 파리는 평생 한 번만 교미하기 때문에 불임 수컷과 교미할 경우 알이 부화하지 않아 개체 수가 점차 감소하게 된다.
브룩 롤린스 장관은 “현재까지 준비 상황을 고려할 때 대규모 확산 위험은 없다고 판단한다”며 “이번 사례가 미국 내 정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USDA는 멕시코 남부의 과실파리 생산시설을 스크루웜 불임 파리 생산시설로 전환하기 위해 2,100만 달러를 투입했으며, 텍사스 남부에는 새로운 불임 파리 살포센터를 개설했다. 또한 약 7억5천만 달러 규모의 스크루웜 생산시설 건설도 시작했다.
현재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역에는 8천 개 이상의 포획 장치가 설치됐으며, USDA는 5만8천 건 이상의 파리 샘플과 1만9천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을 검사한 상태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멕시코산 가축 수입도 중단한 상태다. 다만 당국은 스크루웜이 장거리 비행 능력은 크지 않지만 사람과 반려동물, 야생동물을 통해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드 딩게스 수의국장은 “목장주와 반려동물 소유주들은 검역구역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며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 제한 조치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지난해 엘살바도르를 방문한 메릴랜드 주민에게서 스크루웜 감염 사례가 보고됐으나 완치됐으며, 미국 내 마지막 집단 발생은 2016년 플로리다 키스 제도의 야생 사슴 개체군에서 발생한 바 있다. 당시에도 신속한 방역 조치로 추가 확산은 차단됐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