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NPR (Demonstrators gather on the steps to the State Capitol to speak against transgender-related legislation bills being considered in the Texas Senate and Texas House in May 2021 in Austin, Texas. Eric Gay/AP)
미 연방대법원이 19일(수) 테네시주의 미성년자 대상 성전환 치료 금지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텍사스를 포함한 20여 개 주에서 시행 중인 유사한 법률도 사실상 연방법상 문제가 없다는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이번 판결은 테네시주 법률에 대한 연방정부의 이의제기 사건인 Skrmetti v. United States에 대한 것으로, 대법관 6대 3으로 합헌 의결됐다.
다수의견을 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 사안은 의학적 안전성과 타당성, 적절성에 대한 격렬한 과학적·정책적 논쟁을 동반한다”며 법 자체는 “보다 높은 수준의 심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의 세부 정책적 측면은 국민과 그들이 선출한 입법자, 그리고 민주적 절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이번 판결은 트랜스젠더 아동과 그 가족들을 정치적 변덕에 내맡기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텍사스 트리뷴에 따르면 텍사스 역시 테네시주와 유사한 법을 시행 중으로 미성년자에 대한 호르몬 요법이나 사춘기 억제제 처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해당 치료는 성정체성과 신체 성별 사이의 불일치로 인한 심리적 고통인 ‘성불쾌감(gender dysphoria)’을 치료하기 위한 표준적인 의료 접근법으로 미국 내 주요 의학협회들이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텍사스에서는 해당 법 시행 이후 자녀의 치료를 지속하기 위해 타주로 이주하는 가족들이 늘었으며, 켄 팩스턴 텍사스주 검찰총장은 여전히 치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의사들을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보수 진영은 이러한 치료가 “검증되지 않은 의학적 시도”이며, “아직 판단력이 충분하지 않은 아동에게 과도하게 강요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판결문에서 클라렌스 토머스 대법관은 이 같은 입장을 지지하며 “일부 전문가들은 이념에 포획되어 신뢰를 상실했다”고 밝혔다.
한편, 텍사스주의 법은 주대법원에서도 합헌 판결을 받았으며, 당시 법원은 8대 1로 “부모가 자녀의 의료 결정을 내릴 권리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연방정부 측은 이번 테네시 사건에서 “남성으로 태어난 아이는 테스토스테론 처방이 가능하지만, 여성으로 태어난 아이는 동일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며 성차별이라는 주장을 폈으나,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를 부정하며 “이 법은 진단 목적에 따라 치료를 나눌 뿐”이라고 반박했다.
성소수자(LGBTQ) 단체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LGBTQ 권익센터의 셰넌 민터 법률국장은 “이번 판결은 차별의 현실과 기존 판례를 외면한 것”이라며, “의료 결정권은 정치인이 아닌 가족에게 있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실제로 많은 해악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