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NPR (Demonstrators hold a sign reading “Hands Off Birthright Citizenship!” outside the Supreme Court on June 27, 2025. The Supreme Court did not rule on President Trump’s controversial executive order, but it did limit lower courts’ ability to block executive actions with universal injunctions. Alex Wroblewski/AFP via Getty Images)
- 대법원 “피고인 개별 구제는 가능하나, 전체 효력정지는 권한 넘어”
- 트럼프 행정부, 30일 내 시행 가능하지만 ‘구체적 지침’은 여전히 공백
미 연방대법원이 연방판사들의 ‘전국적 효력정지 명령(universal injunction)’ 발동 권한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동한 ‘출생시 시민권 폐지’ 행정명령이 일부 주에서 30일 뒤부터 시행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이민자 권리 단체들은 즉각 전국적 집단소송(class action)으로 대응 전략을 전환했다.
이번 소송은 미국 내 불법 체류 이민자들이 2025년 2월 19일 이후 미국에서 아이를 출산했거나 출산할 예정인 경우를 포함하는 이민자 권리 단체인 CASA와 Asylum Seeker Advocacy Project를 대리해 제기됐다.
소송을 주도한 조지타운대학 헌법옹호센터의 수석 법률고문 윌리엄 파월(W. Powell) 변호사는 “집단소송 방식을 통해 행정명령의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에게 완전한 구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변경된 소장은 대법원 판결 직후 단 2시간 만에 법원에 제출되었으며, 행정명령이 효력을 가지면 “미 전역 수천 명의 신생아의 시민권 지위가 불확실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장에는 “이번 행정명령은 신생아들의 미국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위협하며, 이들이 누려야 할 권리와 혜택, 그리고 미국 내 거주권까지 흔들리게 만든다”고 명시되어 있다.
앞서 세 명의 연방지방법원 판사들은 각각 이 행정명령에 대해 전국적 효력정지를 내리며 시행을 막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계기로 대법원에 전국적 효력정지 자체를 폐지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번 판결은 해당 요청을 수용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출생시 시민권 자체의 합법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판결은 헌법, 삼권분립, 법치주의의 대승리”라며 자축했다.
이번 다수 의견을 작성한 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개별 원고가 받은 구제만으로도 충분하며, 비슷한 처지의 모든 사람에게 같은 효력을 확장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소니아 소토마요르(Sonia Sotomayor) 대법관은 소수의견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가 소송 당사자에게만 적용된다는 암시를 주는 것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브레넌 법센터의 웬디 웨이저 부소장은 NPR과의 인터뷰에서 “출생시 시민권을 제한하려는 어떤 행정명령도 헌법에 어긋난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하위 법원의 의견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법원이 헌법을 집행하는 도구를 약화시켰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행정명령의 시행을 담당할 연방기관들도 아직 어떻게 정책을 적용하고 시민권 여부를 판단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백악관의 팸 본디 법무장관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이므로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논의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 미국은 태어난 장소를 기준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속지주의(jus soli)’를 채택한 30여 개국 중 하나다. 이 원칙은 남북전쟁 이후 14차 수정헌법(1868년)과 이민국적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외교관 자녀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든 미국 출생자는 시민권을 부여받는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