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텍사스트리뷴 (President Donald Trump’s executive order ending birthright citizenship may go into effect in 30 days in some states, including Texas. Advocates warned all parents will face new challenges obtaining citizenship for their new born babies. Credit: REUTERS/Carlos Barria
- 현장 혼선… 주정부·병원 “지침 받은 바 없어”
- 행정부도 “시행 방법 몰라”… 혼란 장기화 우려
-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라도 부모가 불법체류자일 경우 시민권을 보장 못받아
-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 중 약 25만 명(전체 출생아의 6%) 불법체류 부모 출생, 텍사스에서는 매년 약 37만 7천 명의 아기 태어나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생시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을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대한 전국적 효력 정지를 해제하면서, 텍사스를 비롯한 28개 주에서는 이 정책이 30일 후부터 시행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태어난 모든 신생아가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얻는 기존의 헌법상 권리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6 대 3의 보수 우위 판결 이후 이민자 권리 단체와 지역 보건 당국, 정치인들은 커다란 우려를 나타냈다. 시민권을 얻기 위해 출산 시점에 부모의 합법적 체류를 증명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콜롬비아 로스쿨 이민자 권리 클리닉의 엘로라 무커지(Elora Mukherjee) 교수는 “이 행정명령이 시행되면 모든 가정은 병원 분만실에서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이는 이민자 가정만이 아니라 모든 미국 가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출산 후 아기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무국적 상태(stateless)’에 빠지는 경우가 속출할 수 있다. 라틴계 시민단체인 LULAC의 도밍고 가르시아 회장은 “수천 명의 아기들이 국적을 가질 수 없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 중 약 25만 명(전체 출생아의 6%)이 불법체류 부모에게서 태어났으며, 텍사스에서는 매년 약 37만 7천 명의 아기가 태어나고 있다.
현 시점까지 연방정부는 해당 정책을 병원이나 주정부에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제공하지 않았다.
텍사스주 보건국의 대변인 라라 앤턴은 “출생증명서는 시민권이 아니라, 단순히 ‘텍사스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기록하는 문서”라고 밝혔으며, 농촌 병원을 대표하는 단체는 “출생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 이민 변호사 로버트 크레인(Robert H. Crane)은 “출생증명서만으로는 앞으로 시민권을 증명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여권, 사회보장번호, 운전면허증 발급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집행될지는 트럼프 행정부조차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에서 열린 최근 변론에서 행정부 측 변호인은 “구체적 시행 방안은연방기관이 지침을 마련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텍사스 서부의 이커 카운티의 최고 선출직 공무원인 더스틴 포셋 판사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며, “시민권 부여가 당연했던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미국은 전 세계 약 30개 국가 중 출생지에 따라 시민권을 부여하는 나라다. 이 원칙은 남북전쟁 직후 제정된 헌법 수정 제14조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과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 태어난 아기라도 부모가 불법체류자일 경우 시민권을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는 새로운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30일간의 법적, 행정적 대응 여부에 따라 수십만 가정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