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텍사스 트리뷴(Summer Willis speaks in support of domestic and sexual assault survivors at the Capitol on Feb. 20, 2025. Credit: Jay Janner/American-Statesman/USA TODAY NETWORK via REUTERS)
‘서머 윌리스 법안(HB 3073) 9월부터 본격시행 …텍사스 성폭력 법의 허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
“이번 법안은 생존자들이 침묵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왔다는 신호”
“정의에는 시효가 있을 수 없다”며 향후 텍사스 주의회에서 성폭력 사건의 공소시효 연장 법안도 추진
텍사스 주의회가 성폭력 사건에서 ‘동의(consent)’의 정의를 명확히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주의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성폭력 생존자인 서머 윌리스(Summer Willis)의 이름을 따 ‘서머 윌리스 법안(HB 3073)’으로 불리며, 오는 9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은 기존 텍사스 성폭력 법의 허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피해자가 술이나 약물로 인해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히지 못한 경우나 가해자가 아닌 제3자가 피해자를 약물로 무력화한 뒤 성폭력이 발생한 경우 기존에는 법적 처벌이 어려웠지만, 개정 이후에는 명확한 ‘동의의 부재’만으로도 성폭력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서머 윌리스는 법안 통과의 상징적 인물이다. 그는 지난 2월 오스틴 마라톤 하루 전, 성폭력 생존자로서의 고통과 법 개정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13마일(약 21km)을 무릎으로 기어갔다. 다음 날에는 실제 마라톤을 완주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처음 내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기어가는 듯한 고통이었어요. 그래서 그 행위가 법 개정 운동의 상징이 된 거죠.”
윌리스는 마라톤 출발 지점이 자신이 성폭행당한 장소 근처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후 생존자 단체와 연대하며 법안 지지를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해당 법안은 2021년과 2023년에도 상정됐지만 두 차례 모두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 88차 주의회에서는 마지막 회기일 종료 30분 전 극적으로 상원 표결에 부쳐져 가결됐으며 그레그 에봇 주지사는 지난 6월 20일 법안에 서명했다.
법안을 공동 발의한 앤젤라 팩스턴 상원의원은 “이제 더 이상 ‘동의 여부의 혼란’이 가해자의 방어 수단이 될 수 없다”며 “텍사스는 성폭력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카운티 검사 잰나 오스왈드에 따르면 이번 법안으로 인해 그동안 법적 인정이 어려웠던 사례들도 기소가 가능해졌다. 그는 “예전에는 명시적인 거절이 없으면 성폭력이 아니라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적극적 동의’가 없으면 범죄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스왈드는 “이번 개정이 성폭력 사건의 유죄 판결을 자동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다”라며 “검사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입증 책임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윌리스는 본인의 사건은 공소시효(10년)가 이미 만료돼 법적 대응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정의에는 시효가 있을 수 없다”며 향후 텍사스 주의회에서 성폭력 사건의 공소시효 연장 법안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성폭력 생존자이자 활동가인 카티아나 소넨은 “이번 법안은 생존자들이 침묵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왔다는 신호”라며 “이건 단지 첫걸음일 뿐이며, 아직 변화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법안은 단순한 문구 수정이 아닌, 수많은 생존자들의 목소리와 연대, 그리고 끈질긴 행동으로 만들어낸 변화다. 윌리스는 “이 법안이 내 이름을 달았지만, 실상은 모든 생존자와 지지자들의 이름이 함께 쓰인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는 이번 개정을 통해 ‘의식 저하 상태의 피해자 보호’, ‘동의 명시 의무화’라는 중대한 진전을 이뤘지만, 동의 철회 인정, 사후 동의 개념 등에서 여전히 법적 공백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주처럼 “동의는 언제든 철회 가능하며, 그 이후의 행위는 범죄”임을 명확히 하는 추가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