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 해양대기청 홈페이지 (This drifting dust is being carried by the Saharan Air Layer (SAL), which can transport dust far away from the Sahara throughout the year. )
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서 출발해 수천 마일을 이동한 거대한 먼지층이 텍사스를 비롯한 미국 남부의 여름 날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남부지역에서 무더위가 이어지는 반면 오후 뇌우가 드물게 발생하고, 일출과 일몰 때 하늘이 유난히 붉게 물드는 현상의 배경에는 상공을 뒤덮은 ‘사하라 공기층’(Saharan Air Layer·SAL)이 있다.
사하라 공기층은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사하라사막에서 형성돼 열대 대서양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매우 건조하고 따뜻한 공기 덩어리다. 흔히 ‘사하라 먼지’로 불린다. 미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먼지층의 아랫부분은 지상에서 약 1마일 상공에서 시작하며, 전체 두께는 2∼2.5마일에 이른다. 여름철에는 3∼5일 간격으로 아프리카 서해안을 빠져나와 대서양을 건넌다.
제이슨 듀니언 마이애미대 기상학자 겸 NOAA 허리케인연구부 연구원은 “먼지층은 대서양을 건널 때 미국 본토 48개 주를 합친 것과 비슷할 정도로 거대하다”고 설명했다. 사하라 먼지 활동은 통상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 절정에 이른다. 먼지층은 아프리카에서 카리브해와 멕시코만을 거쳐 미국 남부에 도달하며, 경우에 따라 텍사스를 통과해 애리조나까지 확산한다.
사하라 공기층의 가장 큰 특징은 따뜻하고 건조하다는 점이다. 이 공기층이 중층 대기에 자리 잡으면 일종의 뚜껑 역할을 해 지상 부근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위로 상승하는 것을 억제한다. 듀니언 연구원은 “매우 따뜻한 공기층이 대기를 덮기 때문에 뇌우와 구름이 이를 뚫고 발달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여름철 오후에 발생하는 소나기와 뇌우는 지상의 열기를 일시적으로 식혀준다. 그러나 사하라 먼지가 유입된 날에는 뇌우 발달이 억제되면서 이런 냉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듀니언 연구원은 “평소라면 오후 뇌우가 기온을 낮춰주지만 먼지층이 머리 위에 있을 때는 그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사하라 먼지가 유입되는 시기가 연중 가장 더운 날과 겹치면서 체감온도가 화씨 110도까지 오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오스틴과 샌안토니오 지역을 관할하는 국립기상청(NWS)은 이번 주 텍사스 중남부 대부분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화씨 90도대 후반에서 104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했다. 일부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는 111도에 이를 수 있다.
다만 텍사스의 폭염과 강수 부족이 사하라 먼지 하나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고기압과 대기 흐름, 멕시코만에서 유입되는 수분 등 여러 기상 조건이 함께 작용한다. 국립기상청도 이번 주 강수 확률이 낮아지는 주요 원인으로 광범위한 고기압의 발달을 들었다.
사하라 공기층은 대서양 열대성 저기압의 발달에도 영향을 준다.
열대성 저기압이 열대폭풍이나 허리케인으로 성장하려면 따뜻한 바다와 함께 충분한 수증기, 활발한 상승기류가 필요하다. 그러나 건조하고 안정적인 사하라 공기가 유입되면 적란운 형성이 어려워지고 폭풍의 내부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 먼지층과 함께 이동하는 강한 바람이 고도에 따라 풍향과 풍속이 달라지는 ‘연직 바람시어’를 만들면 열대성 저기압이 조직화되는 것을 더욱 방해한다.
올해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이 비교적 조용하게 출발한 데도 사하라 먼지가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해수면 온도와 바람시어, 대기 수분 등 다른 조건도 열대성 저기압의 생성과 발달을 좌우한다. 기상학자들은 특히 8월 늦은 시점에도 아프리카 해안에서 대규모 먼지층이 계속 발생하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먼지구름은 5월 말이나 6월에 더 자주 관측된다.
사하라 먼지는 비와 폭풍을 억제하는 동시에 화려한 일출과 일몰을 만들어낸다. 미세한 먼지 입자가 대기 중에서 햇빛을 산란시키면 파장이 짧은 푸른빛은 흩어지고 붉은색과 주황색 계열의 빛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남는다. 이 때문에 해가 뜨거나 질 무렵 하늘이 평소보다 짙은 주황색이나 붉은색으로 보일 수 있다.
듀니언 연구원은 “먼지가 대서양을 가로질러 3천∼4천마일을 이동했는데도 그 흔적을 하늘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