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특히 북텍사스 달라스 포트워스 (Dallas-Fort Worth, 이하 DFW ) 지역이 미국 유통·물류 산업의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폭발적인 인구 유입과 교외 확장, 고소득 전문직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전통 유통 공룡, 로컬 브랜드들까지 DFW 시장 선점을 위한 전면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현재 텍사스 유통시장은 크게 세 개의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는 아마존의 ‘초고속 배송 혁명’, 두 번째는 창고형 할인점들의 ‘가성비 전쟁’, 그리고 마지막은 텍사스 토종 브랜드 H-E-B의 ‘로컬 팬덤 방어전’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DFW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단순한 소매업 경쟁이 아니라 미국 소비문화의 미래를 결정하는 실험장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가장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기업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최근 DFW를 포함해 미국 주요 대도시권에 ‘아마존 나우(Amazon Now)’ 서비스를 본격 도입했다. 이는 기존 당일 배송보다 훨씬 빠른 ‘30분 배송 체계’를 목표로 한 초고속 물류 시스템이다.
핵심 전략은 외곽 초대형 물류센터 중심 구조를 버리고, 소비 밀집 지역 내부에 소형 ‘마이크로 풀필먼트 허브’를 촘촘하게 배치하는 방식이다. DFW 도심과 교외 지역 곳곳에는 5천~1만 평방피트 규모의 소형 물류 거점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 허브에서는 우유·계란 같은 즉석 식료품부터 기저귀·세제·휴대전화 충전기 같은 긴급 소비재까지 약 3,500개 핵심 품목을 24시간 체제로 관리한다.
배송 인프라는 아마존 플렉스(Amazon Flex )시스템을 활용한다. 일반 운전자들이 자신의 차량으로 배송에 참여하는 구조로, 이른바 ‘라스트 마일(last-mile)’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DFW에서 성공 모델을 구축할 경우 오스틴과 휴스턴까지 초고속 배송망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텍사스 소비자들의 선택은 단순히 ‘속도’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있다. 고물가와 인플레이션 장기화 속에서 소비자들은 여전히 ‘대용량 가성비 소비’에도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 때문에 DFW에서는 창고형 할인점 경쟁도 갈수록 격화되는 분위기다.
코스트코와 샘스클럽은 사실상 북텍사스 교외 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코스트코는 압도적인 매장당 매출 규모를 바탕으로 프리스코와 맥키니, 셀리나 등 북부 교외 성장지에 공격적으로 신규 출점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월마트 계열 샘스클럽은 모바일 기반 ‘스캔 앤 고(Scan & Go)’ 시스템을 강화하며 기술 경쟁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시니어층과 대가족 소비자 공략을 위해 할인 프로그램도 확대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동부 기반의 BJ’s 홀세일 클럽까지 텍사스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BJ’s가 향후 2년간 텍사스 내 25~30개 신규 매장을 목표로 DFW 핵심 교외 지역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국 단위 유통 공룡들의 공세 속에서도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유지하는 기업은 H-E-B라는 평가가 많다.
텍사스 주민들에게 H-E-B는 단순한 슈퍼마켓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허리케인과 겨울폭풍 같은 재난 상황 때마다 주정부보다 먼저 물자를 공급하며 지역사회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H-E-B를 “텍사스의 제4 정부”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SNS에서는 H-E-B에 대한 충성도를 드러내는 밈(meme)과 영상이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원래 샌안토니오·오스틴·휴스턴 기반이 강했던 H-E-B는 최근 북텍사스 진출 속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
프리스코, 플래노, 맨스필드, 포트워스 등 DFW 핵심 교외지역에 대형 플래그십 매장을 잇따라 열고 있다. 동시에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도 공격적으로 투자 중이다.
오스틴 디지털 허브를 중심으로 AI 기반 개인 맞춤형 추천 시스템을 강화했고, 자동화 물류센터(EFC)도 확대했다. 특히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 정확도를 99%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아마존식 초고속 배송에 맞서고 있다는 평가다.
소비자들은 한편으로는 아마존의 30분 배송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코스트코의 대용량 할인과 H-E-B 특유의 지역 커뮤니티 경험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현재 텍사스 유통시장의 핵심 변화가 단순한 ‘온라인 대 오프라인’ 경쟁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속도와 가격, 지역 정체성”이라는 세 가지 소비 심리가 동시에 충돌하는 시장이라는 분석이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