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텍사스트리뷴(Credit: Sergio Flores for The Texas Tribune)
댄 패트릭 부지사와 정면 충돌 예고
에봇 주지사 정치적 역풍 맞나? … 공화당 진영 내부도 의견 충돌
군 출신 재향군인, 만성질환 환자 등 “전면 금지보다 규제 필요” 주장 받아들인 것으로 평가
그레그 애봇 텍사스 주지사가 지난 22일(일) 밤, THC가 포함된 대마 제품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신 관련 규제를 마련하기 위한 특별 입법 회기를 오는 7월 21일 소집하겠다고 발표했다.
텍사스 트리뷴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THC 금지를 최우선 과제로 꼽아 온 댄 패트릭 부지사와의 정면 충돌을 예고한 것으로 법안 거부는 마감 시한을 불과 몇 분 앞두고 이뤄졌다. 상원법안 3호(SB 3)는 델타-8, 델타-9를 포함한 THC 성분이 들어간 모든 식용 대마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애보트 주지사는 거부 사유에 대해 “연방법과의 충돌 가능성, 헌법적 문제, 그리고 실효성 없는 법 집행”을 들었다. 그는 “SB 3이 법정에서 무효화될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공공안전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현 대마 시장은 위험할 정도로 규제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아동에게 피해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마 제품에 대한 알코올 유사 규제 체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주요 내용은 미성년자 대상 판매 및 마케팅 금지, 생산 및 제조 전 과정에 걸친 테스트 의무화, 지방정부의 판매점 금지 권한 허용, 단속을 위한 법 집행 예산 강화 등이다.
한편, 패트릭 부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거부는 법 집행 기관과 피해 가족들을 버린 결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애보트 주지사가 입법 기간 내내 침묵을 지켰고, 희생자들의 간절한 증언도 외면했다”고 비난했다.
이번 거부로 텍사스의 약 8조 원 규모의 대마 산업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2019년 텍사스는 농업 진흥을 목적으로 식용 대마를 합법화했지만, 의도하지 않은 허점으로 인해 다양한 THC 제품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현재 주 내에는 8,000개 이상의 대마 제품 판매점이 운영되고 있으며, 약 5만 개의 일자리가 관련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군 출신 재향군인, 만성질환 환자 등은 전면 금지보다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으며, 이들은 THC 제품이 오피오이드 대체 치료로 기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환자들은 “대마 제품이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SB 3을 반대하는 캠페인은 정치적 스펙트럼 전반에서 진행되었으며, 보수 성향 라디오 진행자 데이나 로쉬는 “이건 마치 총기 규제 논쟁의 재판”이라며, “부모의 책임을 회피하고 정부 규제만 확대하는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측은 이번 거부가 내년 선거에서 정치적 파장을 일으키길 기대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THC 문제 하나만으로 주지사나 부지사의 재선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편, 텍사스 주의회는 SB 3의 보완책으로 의료용 마리화나 프로그램 확대안도 통과시킨 바 있다. 이 법안은 허용 질병의 범위를 넓히고, 판매점 수 증가,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