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엘리스 From the Wonderland
대중 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텍사스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먹고 자고 숨쉬는 일 만큼이나 매일 반복되는 자연스러운 일상 중 하나이다.
밥은 많이 먹어봐야 하루 세번이지만, 평범한 주부인 나도 이곳 저곳 들러 볼일을 보고 하다보면,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두세시간은 족히 넘기게 되기가 쉽다. 운동삼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마트를 갈때도, 돌아오는 길에 무거운 짐을 들고 와야하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또 차를 탄다.
좋든 싫든 우리의 생활과 너무나 밀접한 이 운전이, 정말로 하기 싫어질 때가 있다. 사고가 나거나 티켓을 받았을 때다. 작년 4월말 출근을 하다가 속도위반 티켓을 받았다. 메모리얼 드라이브에서 컬크우드를 타고 브라이어 포리스트방향으로 내려 가고 있는 중이었다. 다리를 건너면 내리막길이 되고 길 양 쪽에 집들이 있어서 35마일에서 30마일로 속도를 줄여야 하는 곳인데 그대로 쭈욱 달리다가 속도는 올라간 상태로 다리너머 기다리고 계시는 경찰님을 만나 뵙게 되었다.
집에서 나온지 5분도 안 되어 일어난 일이었다. 일에 늦은 것도 아니었고, 서두를 필요도 없었는데, 잠깐의 방심이 이런 결과를… 후회가 물밀듯 밀려 왔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내가 그렇게 속도를 지켜서 다닐때는 그림자도 안 보이시더니…ㅠㅠ
2018년에 우드랜드에서 휴스턴으로 이사온 후 첫번째 받은 속도위반 티켓이었다. 남편이 시티즌이라는 로펌을 고용해 주었고, 법원 출두 날짜가 내년 1월이라 했다. 그 당시는 한참 뒤로 미뤄지니까 좋은 것 같았지만, 그 내년1월은 생각보다 빨리 왔고, 1월 8일 월요일 8시까지 법원으로 갔다.
초행길에 복잡한 다운타운을 가야하는게 무척 부담이 되었는데, 선뜻 같이 가주겠다는 남편이 천사처럼 보였다. 우중충하고 비가 흩날리는 날씨를 뚫고 5분전에 겨우 도착을 했고, 남편이 입구에 나를 내려 주었다. 들어가자마자 시큐리티를 통과하는데, 법원온다고 조금 차려입고 온 것이 또 실수라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되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 틈속에서 평소 잘 하지도 않는 벨트도 풀어야 했고 자켓 벗고 시계 풀고 바구니에 담은 후 들어 가니 다른 사람 물건과 내 물건이 같은 바구니에 섞여 있기도 하고 칭찬받을 일로 온 건 아님을 알지만 조금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
화면에서 내 이름을 찾아 방 번호를 확인하고 급히 들어가니, 바늘하나 떨어뜨려도 들릴만한 정적이 감도는 분위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드랜드 살때에도 티켓을 한번 받은 적이 있었는데, ‘몽고메리 카운티 법원도 이렇게 무거운 분위기였었나? 휴스턴은 과연 다르구나’생각하게 되었다.
그때는 바로 디스미스시켜주어서 얼마간 앉아있다가 집으로 돌아간 좋은(?) 기억이 남아있어서,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부분이 있긴 했다. 방으로 들어서자 경찰(제복을 입고 계시니 경찰이 맞겠죠)분이 내 이름과 변호사가 누군지 묻길래 대답을 하고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핸드폰을 모두 끄라하더니 사십여명되는 각 사람에게 화면을 두드려보라하면서 일일이 확인을 했다.
그 와중에 늦게 도착한 사람이 있으면 판사님이 중간에 호명을 하는데, 어떤 여자분이 대답을 하는대신 일어나 앞으로 나가려고 했다. 갑자기 판사님이 ‘ 왜 이름부르는데 대답을 안 하느냐’며 버럭 소리를 질러서, 모두들 깜짝 놀랐다. 잠깐이었지만 학생들에게 화풀이를 하시는 무서운 선생님이 계시던 그 옛날 고등학생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9시가 다 되어서 뒤늦게 나타난 변호사가 30분도 더 지나서 내 이름을 불렀고, 184불을 내고, 방어운전교육 클래스를 듣고 4월말까지 서류를 제출하는 것으로 선택을 하고 법원을 나왔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거북하고도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그곳에 숨죽이며 앉아 있던 한 시간 반 동안, 전화기를 볼 수 없으니 수첩에 볼펜으로 방 안 풍경도 그려보고 판사님 뒤편에 걸려있는 시티 오브 휴스턴 마크도 따라 그렸다. 손으로는 낙서를 하고 여러가지 생각도 하면서 무엇보다 ‘다시는 티켓을 받지 않겠어요’ 반성하고 결심하는 시간이 되었다.
1월 2일 새 시장님의 취임식에 남편따라 참석을 했었다. 바로 앞 줄에 텍사스 주의원분들이 앉으시는 가운데 앞 좋은 자리에 앉게 되어 무대도 잘 보였고 휴스턴 심포니의 훌륭한 연주도 가까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취임식 끝나자마자 새해 첫날 임무를 수행하러 ‘Let’s go to work’라 외치며 바로 떠나던 시장님 모습을 보면서 휴스턴이 더 좋은 도시로 거듭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던 것이 생각났다.
속도위반 티켓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게 하려고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고 벌금도 내고 수업을 듣게 만드는 것이리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내 잘못에 기꺼이 수업료를 내는 것이라 생각하니 억울한 생각이 덜 했다. 나와 가족들이 아무 해프닝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수많은 날들을 더 감사할 수 있겠다.
속도위반, 신호위반하지 않는 것만 해도 절약하는 것이다. ‘안전 운전 하는 것’, 새해 목표에 또 하나 추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