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OpenAI)의 대규모 지출이 글로벌 기술 산업 전반을 움직이고 있다. 이번 주 오라클(Oracle)의 사상 최대 주가 급등도 오픈AI와의 대형 클라우드 계약이 직접적 요인이 됐다.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를 둔 오라클은 분기 실적 발표에서 오픈AI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개했다. 오픈AI는 향후 미국 내 데이터센터 용량 4.5GW를 오라클과 함께 개발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를 포함한 장기 계약으로 인해 오라클의 미인식 매출 의무(backlog)는 전년 대비 359% 증가해 4,550억 달러에 달했다.
이 같은 소식에 오라클 주가는 수요일 장중 한때 36% 급등하며 1992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다만 이틀 뒤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되면서 주가는 6%, 이어 5% 추가 하락했다.
불과 일주일 전에는 브로드컴(Broadcom) 주가가 오픈AI와의 100억 달러 규모 맞춤형 반도체 계약 소식으로 급등했다. 오픈AI는 또 다른 클라우드 기업인 코어위브(CoreWeave), 구글(Google)과도 협력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1월 발표한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에도 19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오픈AI의 핵심 클라우드 파트너로 자리잡았고, 엔비디아는 GPU 수요 증가로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으로 부상했다. 오라클, 브로드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4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챗지피티(ChatGPT) 공개 이후 4조5천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오라클의 폭발적 성장세가 지나치게 오픈AI 의존적이라고 지적한다. 투자사 D.A. 데이비드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의 백로그 대부분이 오픈AI에서 발생했다면, 이는 위험 신호”라며 “한 고객 집중도가 지나치게 크다”고 평가했다.
또 벤처캐피털 베세머파트너스의 바이런 디터 파트너는 CNBC 인터뷰에서 “오라클은 여전히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에 뒤처진 B급 클라우드 사업자”라며 “초대형 계약이 발표됐다고 곧바로 AI 선두주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픈AI는 현재 약 5천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공익법인(PBC) 전환을 마무리해야 4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금을 전액 확보할 수 있다. 회사는 6월 연간 반복 매출(ARR) 1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2029년까지 1,2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단기간 내 수익 창출에는 한계가 있지만, 오픈AI의 ‘지갑’은 여전히 글로벌 기술 산업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