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WhiteHouse 홈페이지
J-1 교환방문 비자 악용 의혹에 명문대 9곳 소환장 발부
마이크로소프트·어도비 등 외국인 근로자 영주권 노동인증 신청 제한
밴스 부통령 “미국인 일자리 보호” … 대학·기업들은 의혹 반박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주요 대학 9곳을 대상으로 외국인 연구자 비자 남용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를 비롯한 대형 기술기업들의 외국인 근로자 영주권 신청 관련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대학의 국제 연구인력 채용과 기업의 외국인 전문인력 고용을 동시에 겨냥하면서 미국 내 유학생과 연구자, 취업비자 소지자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은 지난 8일(목)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부 대학과 기업들이 외국인 비자 제도를 악용해 미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낮추고 일자리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는 대학의 J-1 교환방문 비자와 기업의 H-1B 전문직 취업비자, 취업이민 영주권 신청에 필요한 노동인증 절차를 대상으로 한다. 다만 조사와 행정적 제한 조치가 발표된 단계로, 해당 대학과 기업의 불법행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미 노동부 감찰관실은 9일 발표한 공식 보도자료에서 대학 9곳에 소환장을 발부했으며, J-1 비자 프로그램 운영과 연방 연구지원금 사용에 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다음 9개 대학이다.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
스탠퍼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
브라운대학교(Brown University)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tech)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C Davis)
애리조나주립대학교(Arizona State University)
밴스 부통령은 이들 대학의 연방정부 지원 연구사업에서 외국인 연구인력 활용 비중이 다른 대학보다 높다며 J-1 비자 제도가 저임금 연구인력 확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 감찰관실은 조사 대상 대학의 연방 연구비 지원 박사후연구원과 연구인력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약 61%로, 다른 대학의 38%보다 높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 수치는 외국인 연구인력의 비중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당 인력 모두가 J-1 비자를 보유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 외국인 연구인력 비중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비자 사기가 입증되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비자 분류의 적절성, 고용 의무 준수 여부, 연구비 사용과 외국의 부당한 영향력 가능성 등을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J-1 비자는 외국인이 미국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연구, 교육, 학술교류 등의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교환방문 비자다. 대학에서는 박사후연구원과 방문연구자 등이 활용하고 있다.
조사 대상 대학들은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MIT는 J-1 비자로 입국한 연구자들이 미국 정부의 심사와 승인을 거쳤으며, 대학도 관련 법적 의무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탠퍼드대학교 역시 비자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며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운대학교는 국제 연구자와 학생들이 미국의 혁신과 경제 경쟁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대학 조사와 별도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Adobe), 주요 정보기술 아웃소싱 기업들에 대한 취업이민 노동인증 절차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대상 기업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 외에 코그니전트(Cognizant), 인포시스(Infosys),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 위프로(Wipro), HCL테크놀로지스, 캡제미니(Capgemini) 등이 포함됐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미국 고용주가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이민 영주권을 신청할 때 활용하는 PERM(Program Electronic Review Management) 노동인증 제도다.
PERM은 고용주가 외국인 근로자를 영주권자로 채용하기에 앞서 해당 직무에 적합한 미국인 근로자를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외국인 고용이 미국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하는 절차다.
키스 손더링 미 노동장관은 대상 기업들이 제출하는 신규 영구 노동인증 신청을 접수하지 않고, 계류 중인 신청도 처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인 근로자를 대규모로 해고하면서 동시에 H-1B 비자와 취업이민 제도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미국인 근로자 약 6,000명을 해고하는 동안 H-1B 비자 약 6,300건과 영주권 약 3,000건의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고용 관행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만으로 해고된 미국인 근로자가 외국인 근로자로 직접 대체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는 H-1B 비자 소지 직원들에게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직원들과 동등한 수준의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발표는 H-1B 비자 자체를 일괄 취소하거나 해당 기업에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들의 영주권을 박탈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한 대상은 해당 기업들이 고용주 자격으로 진행하는 PERM 노동인증 신청이다. H-1B 체류자격과 PERM 노동인증은 서로 다른 이민 절차이므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다만 취업이민을 준비하는 외국인 직원 가운데 PERM 노동인증이 필요한 경우에는 신청 지연이나 절차 중단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승인된 노동인증이나 별도의 이민 경로에 대한 영향은 개인별 진행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조치는 미국 대학과 기술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전문인력뿐 아니라 미국 취업과 영주권 취득을 준비하는 한인들에게도 관심 사안이다.
특히 텍사스는 반도체와 정보기술, 에너지, 의료·바이오 산업을 중심으로 해외 전문인력 채용과 대학 연구기관의 국제협력이 활발한 지역이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J-1 비자 조사 대상 9개 대학에 텍사스 소재 대학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텍사스의 대학이나 기업 전체에 동일한 제한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 대학과 기업들은 외국인 전문인력 확보가 연구 경쟁력과 기술혁신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인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비자 제도 남용을 방지하고 미국인 근로자의 고용 기회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교육협의회(American Council on Education)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미국 경제에 연간 약 400억 달러를 기여해 왔다며, 급격한 비자 정책 변화가 대학과 연구기관뿐 아니라 미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조사에서 실제 비자 규정 위반이나 노동인증 관련 부정행위가 확인될지는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판단될 전망이다.
한편 취업비자와 영주권을 준비하는 한인들은 J-1 교환방문 비자, H-1B 전문직 취업비자, PERM 노동인증이 각각 다른 제도라는 점을 확인하고, 소속 대학이나 고용주의 조치 대상 여부 및 개인별 이민 절차 진행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