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텍사스트리뷴 (The Texas House, led by Speaker Dustin Burrows, seen on Aug. 18, 2025, passed Senate Bill 8, also called the “Texas Women’s Privacy Act,” after several hours of debate Thursday. Credit: Lorianne Willett for The Texas Tribune)
주 정부 소유 건물, 가정폭력 보호시설 , 공립학교와 대학에서 화장실 및 탈의실 사용을 출생 성별 기준으로 제한
미국 텍사스주가 정부 건물과 학교 내 화장실 사용을 출생 시 성별에 따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화장실 법안(bathroom bill)’은 지난 10여 년간 시도 끝에 처음으로 법제화됐으며, 벌금 액수는 미국 내 유사 법안 중 가장 높다.
그렉 애보트 주지사는 23일(화간) 상원법안 8호(SB 8)에 서명했다. 법안은 오는 12월 4일부터 시행되며, 주 정부 소유 건물, 공립학교와 대학에서 화장실 및 탈의실 사용을 출생 성별 기준으로 제한한다. 또한 교정시설 수감자 숙소 배정에도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다.
가정폭력 보호시설의 경우, 출생 시 남성으로 등록된 사람은 입소가 금지된다. 단, 17세 미만이면서 해당 여성 이용자의 자녀일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법안은 위반이 적발된 기관에 대해 1차 2만 5천 달러 재발 시 최대 12만 5천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는 미국 내 유사 법안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경제적 제재로 평가된다.
찬성 측은 여성의 안전과 사생활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법안 하원 발의자인 앤절리아 오어(공화·이타스카) 의원은 “누군가의 성적 외형 선호가 생물학적 여성의 안전과 사생활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측은 불필요한 차별을 부추기고 트랜스젠더뿐 아니라 잘못 오해받은 일반인까지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제시카 곤잘레스 의원은 “나조차 주의회 화장실을 이용하다 잘못 들어왔다는 지적을 받은 경험이 있다”며 법 집행의 모호성을 지적했다.
의회 논의 과정에서는 종교적 근거를 둘러싼 논쟁도 벌어졌다. 민주당 라파엘 안치아 의원이 성경 구절을 인용해 법안 폐기를 주장하자 공화당 의원들이 맞서며 고성이 오갔다. 민주당 존 브라이언 의원은 “성경은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라며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만이 이를 다르게 만들 뿐”이라고 반박했다.
가정폭력 보호시설 관계자들은 법안이 실제 피해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증언했다. 텍사스가정폭력협의회 몰리 보일스 정책국장은 “피해자가 전화로 도움을 요청할 때는 죽음 직전의 순간인 경우가 많다”며 “성별 제한으로 인해 피해자가 자녀와 떨어져야 한다면 이는 사실상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내 19개 주가 유사한 ‘화장실 법안’을 시행 중이지만 텍사스 법안처럼 보호시설까지 강력히 제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