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표가 없어도 가족이나 지인을 탑승구까지 배웅하거나 도착 게이트에서 직접 마중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렸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사실상 사라졌던 미국 공항의 ‘게이트 배웅·마중’ 문화가 제한적으로 부활하는 것이다.
미 교통안전청(TSA)은 TSA PreCheck 회원을 대상으로 항공권 없이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탑승구가 있는 보안구역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이트사이드 프리책(Gateside by TSA PreCheck)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텍사스에서는 달라스포트워스 국제공항(DFW)이 첫 시행 대상에 포함됐다. TSA가 우선 선정한 전국 13개 공항 가운데 텍사스 공항은 DFW가 유일하다.
이에 따라 DFW공항을 이용하는 한인들도 일정한 자격과 사전 승인을 갖추면 한국으로 출국하는 부모나 가족을 보안검색대 앞에서 헤어지는 대신 탑승구까지 동행해 배웅할 수 있다. 반대로 한국이나 다른 지역에서 도착하는 가족을 보안구역 안 게이트에서 기다렸다가 직접 맞이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다만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TSA PreCheck 회원 등 Known Traveler Number(KTN)를 보유한 신뢰여행자 프로그램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용료는 무료지만 공항에 가기 1~3일 전에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TSA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을 받은 방문자는 공항에서 TSA가 인정하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TSA PreCheck 검색대를 통해 보안검색을 받는다. 즉 항공권이 필요 없다는 의미이지 보안검색을 면제해 주는 제도는 아니다. 승인은 하루 동안 유효하며 같은 날 다시 공항 보안구역에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공항별로 하루 승인 인원에 제한이 있고 혼잡 시간대에는 이용이 제한될 수 있어 신청한다고 해서 반드시 승인되는 것은 아니다.
TSA는 이번 제도를 통해 가족과 친구를 탑승구에서 배웅하거나 도착 게이트에서 맞이하는 것은 물론, 환승 중인 지인을 만나거나 보안검색대 안쪽의 식당과 상점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DFW공항을 자주 이용하는 한인사회에서는 고령 부모의 출국이나 어린 자녀의 여행 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거나 공항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를 탑승구 가까이까지 동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편의가 커질 수 있다.
다만 게이트사이드 프로그램이 항공사가 장애인이나 보호가 필요한 승객 등을 위해 발급해 온 기존의 게이트 패스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제도는 TSA PreCheck 자격을 가진 일반 방문객에게 공항 보안구역 출입 기회를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9·11 테러 이전 미국 공항에서는 항공권이 없는 가족이나 친구가 보안검색을 거쳐 탑승구까지 들어가 승객을 배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2001년 9월 11일 테러 이후 항공보안 체계가 대폭 강화되면서 공항 보안구역 출입은 원칙적으로 당일 항공권을 가진 승객 중심으로 제한됐다. 이 때문에 지난 25년 동안 미국 공항에서 가족을 배웅하는 장소는 대부분 보안검색대 앞까지였다.
일부 공항은 그동안 자체적으로 방문객 출입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은 하루 최대 300명의 비탑승객에게 게이트 출입을 허용하는 방문객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필라델피아와 캔자스시티 등도 유사한 제도를 시행해 왔다.
이번 조치는 개별 공항이 아닌 TSA가 TSA PreCheck 회원을 대상으로 여러 공항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현재 게이트사이드 프로그램이 시행되는 공항은 DFW를 비롯해 로스앤젤레스(LAX), 라스베이거스 해리리드(LAS), 샌디에이고(SAN), 솔트레이크시티(SLC), 디트로이트(DTW), 인디애나폴리스(IND), 콜럼버스(CMH), 위치토(ICT), 리틀록(LIT), 오클라호마시티(OKC), 오마하(OMA), 애리조나 메사 게이트웨이(AZA) 등 13곳이다.
TSA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참여 공항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휴스턴 조지부시 인터컨티넨털공항(IAH), 휴스턴 하비공항(HOU), 달라스 러브필드(DAL), 오스틴버그스트롬 국제공항(AUS) 등은 TSA의 초기 13개 공항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프로그램은 9·11 테러 25주년을 앞두고 시행됐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항공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사라졌던 ‘탑승구 배웅과 마중’이 25년 만에 강화된 신원 확인과 사전 승인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일부 돌아온 셈이다.
TSA는 “신뢰할 수 있는 여행객을 위한 혜택”이라며 가족과 친구를 게이트에서 맞이하고 배웅하거나 환승 중인 지인을 만나는 등 과거 항공여행을 특징짓던 순간들을 다시 가능하게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