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텍사스 트리뷴(Demonstrators gather on the Texas Capitol grounds during Austin’s “No Kings” protest on Saturday. Credit: Ronaldo Bolaños/The Texas Tribune)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생일과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맞아 워싱턴 D.C.에서 군 기념 퍼레이드를 연 가운데, 텍사스를 비롯한 미국 곳곳에서는 그의 이민 단속 정책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주말 내내 이어졌다.
맥앨런, 미들랜드, 오데사, 오스틴 등 텍사스 주요 도시에서는 수백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No Kings(왕은 없다)” 구호를 외치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강경한 이민 단속을 비판했다. 대부분의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정치적 긴장감과 맞불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36세의 초등학교 교사 안젤린 가르자(Angeline Garza)는 “이번 시위는 서류 미비 아동과 그 가족을 위한 것”이라며 “이제는 사람들이 이민 단속이 단순히 범죄자 추방이 아님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틴 주의회 앞에서는 수천 명이 모여 드래그 공연, 풍자적 퍼포먼스, 음악과 춤을 곁들인 집회를 열며 정부의 권위주의적 행보에 항의했다. 참가자 중 한 명인 샬럿 리히텐헬드(Charlotte Lichtenheld)는 광대 복장을 입고 참여하며 “시위는 유쾌하게도 할 수 있다. 너무 심각하게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미네소타주 민주당 소속 주 의원 2명과 배우자들이 각각 자택에서 총격을 당해 그중 2명이 숨진 사건 이후 시작됐다. 이에 텍사스 공공안전국(DPS)은 오스틴 시위에 참석 예정인 주 의원들에게 “신뢰할 만한 위협”이 존재한다며 경고를 내렸고, 이후 용의자 한 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 소속 존 뷰시 주하원의원(John Bucy III)은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인을 향한 폭력을 조장했다며 비판했다. “내 동료들과 그 가족이 걱정된다. 이런 분위기를 만든 대통령에게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데사에서는 150여 명이 도심 주요 도로 옆에 모여 미국, 멕시코, 엘살바도르 국기를 흔들고 미국 국가를 제창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 수행을 “왕정적”이라며 규탄했다. 퇴직한 영양사 수잔 팩(Suzanne Pack)은 “정부가 적법절차를 경시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서부 지역 미들랜드에서도 100여 명이 시내 공원에서 행진을 벌였다. 석유 현장 노동자 호르헤 판도(Jorge Pando)는 “이민자들을 위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며 “트럼프는 일하러 온 사람들까지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시위 확산에 대응해 그레그 애봇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 13일 주방위군 5,000명을 텍사스 전역에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2,500명은 국경지역 작전(Operation Lone Star)에서 전환 배치되며, 애벗 주지사는 “도시가 불타오르고 범죄가 터진 뒤에 투입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위 주최 측은 시위는 평화적이며 비폭력을 원칙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행진(Women’s March) 총괄 디렉터 레이첼 오리어리 카모나는 “애벗 주지사의 발언은 트럼프의 권위주의와 일맥상통하며, 시위가 가진 진짜 목적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시위 당일, 뉴욕타임스는 ICE가 농업 및 숙박업 분야 단속을 “사실상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시위 참가자들은 여전히 불안과 분노를 토로하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단 배치와 무관용 정책이 미국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사·정부 교사 출신 퇴역군인 리온 파울러(Leon Fowler, 82)는 “나는 법을 지키는 사람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헌법과 법률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