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연료 갤런당 4.50달러 넘어 … 2월 말 2.5달러 미만에서 급등
수익성 낮은 심야·새벽·주중 노선 우선 감축 가능성
아메리칸 “4분기 연료비 예상보다 10억 달러 증가”
8월 항공료 전년 대비 23% 이상 상승…연말 여행객 부담 커질 전망
DFW·DAL 거점 북텍사스 여행객도 연말 운항편 변화 주목
싼 항공권을 찾아 출발 시간을 새벽이나 심야로 바꾸고, 평일 비인기 시간대를 골라 여행하던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란 전쟁 여파로 항공유 가격이 다시 급등하면서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미국 주요 항공사들이 올해 말 운항편 감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사들이 먼저 손대는 곳은 승객이 적고 운임이 싼 ‘한계 수익 노선’이다. 따라서 이번 감편은 단순히 비행기 숫자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저렴한 항공권을 찾는 소비자에게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에 따르면 세 항공사 경영진은 지난 16일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최근 제트연료 가격 급등에 대응해 올해 마지막 몇 달 동안 수익성이 낮은 항공편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느 노선을 얼마나 감축할지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제트연료 2.50달러 미만에서 4.50달러 이상으로
항공사들이 다시 운항 스케줄을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연료비다. CNN이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제트연료 평균 가격은 이란 전쟁 직전인 2월 말 갤런당 2.50달러 아래였지만 최근에는 4.50달러를 넘어섰다. 17일에는 갤런당 4.56달러로 올라 5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항공업계에서 연료비는 인건비 다음으로 큰 비용이다.
유나이티드와 델타, 아메리칸, 사우스웨스트 등 미국 4대 항공사가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지출한 연료비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거의 80% 늘었다. CNN은 이를 하루 단위로 환산하면 4개 항공사가 지난해보다 매일 약 8천만 달러를 더 연료비에 사용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봄부터 이어진 연료비 충격에 항공사들은 이미 여름 운항계획을 일부 축소하고 수하물 요금을 올리는 등 대응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최근 연료 가격이 다시 뛰면서 연말과 내년 운항계획까지 재조정하고 있다.
아메리칸항공, 4분기에만 연료비 10억 달러 추가 부담
DFW 국제공항을 최대 허브로 두고 있는 아메리칸항공의 비용 부담은 특히 크다.
아메리칸항공 최고재무책임자 데번 메이(Devon May)는 최근 연료 가격 상승으로 회사가 7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4분기 연료비가 약 10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회사는 이에 따라 일부 12월 항공편을 줄이고 내년 운항 증가율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메리칸항공의 경우 제트연료 가격이 갤런당 1센트 움직일 때마다 분기 비용이 약 1천만 달러 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연료 가격이 기존 예상보다 약 1달러 상승했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분기당 약 1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DFW를 중심으로 국내외 노선을 이용하는 텍사스 여행객들이 항공사의 연말 스케줄 변화를 주의해서 볼 이유다.
유나이티드 “돈 안 되는 노선은 자른다”
유나이티드항공도 12월 일부 운항편을 줄이고 연료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27년 추가 감편 가능성을 열어뒀다. 마이클 레스키넨 유나이티드 최고재무책임자는 모든 항공사에는 수익성이 높은 노선부터 낮은 노선까지 일종의 수익성 곡선이 존재한다며 연료비가 오르면 가장 낮은 부분에 있는 노선은 경제성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가 시장점유율을 최대화하기 위해 운항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과 현금창출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운항계획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사우스웨스트항공도 비슷한 방향이다.
사우스웨스트는 당초 올해 공급좌석을 2~3% 늘릴 계획이었지만 연료비 상승으로 성장계획을 이미 절반가량 축소했다. 톰 독시 최고재무책임자는 높은 연료 가격이 장기간 지속되면 추가적인 공급 축소가 자연스러운 대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달라스 러브필드를 본거지로 둔 사우스웨스트는 북텍사스 여행객들이 국내선에서 많이 이용하는 항공사인 만큼 감편 규모와 대상 노선에 관심이 쏠린다.
어떤 비행편이 먼저 사라질까
현재 아메리칸과 유나이티드, 사우스웨스트 모두 구체적으로 폐지하거나 감축할 항공편 목록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수익성이 낮으면서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판매되는 항공편이 우선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CNN이 인터뷰한 항공업계 전문가 잭 그리프(Zach Griff)는 저가 항공권 이용객들이 선호하는 비인기 시간대 항공편을 대표적인 대상으로 꼽았다. 화요일이나 토요일처럼 상대적으로 수요가 낮은 날,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출발하는 항공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항공편은 연료비가 낮을 때는 좌석을 싸게 판매해도 어느 정도 경제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연료비가 급등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나이티드의 레스키넨 CFO도 수익성 하단에 있던 일부 노선은 연료비가 오르면 적자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항공사는 이런 운항편을 유지하면서 손실을 감수하는 것보다 비행기를 세워두거나 수익성이 높은 시간대와 노선에 항공기를 투입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싼 항공권 찾기가 더 어려워지는 이유
소비자 입장에서 문제는 단순히 한두 편의 비행기가 사라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항공권 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특정 도시를 오가는 좌석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여행수요가 유지되면 항공사가 가격을 낮춰 좌석을 판매해야 할 이유도 줄어든다. 실제로 항공사들은 높은 운임에도 현재 여행수요가 크게 약화되는 징후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항공료는 이미 크게 올랐다.
미 노동부 소비자물가지수 자료를 인용한 CNN 보도에 따르면 6월부터 8월까지 항공료는 전년 동월 대비 약 25% 높은 수준이었다. 8월만 보면 전년 대비 상승률은 23%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여기에 수익성이 낮은 운항편까지 사라지면 소비자는 같은 목적지로 가면서도 더 비싼 시간대를 선택하거나, 직항 대신 경유편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저가 여행객에게 더 아픈 이유 … Spirit의 퇴장
이번 항공유 급등이 저가 여행객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초저가 항공사 Spirit Airlines가 이미 시장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Spirit은 재정난 속에서도 파산에서 벗어나기 위한 채권단과의 합의를 추진했지만 올해 봄 첫 번째 연료비 급등 이후 계획이 무산됐고, 5월 운항을 중단했다.
Spirit 같은 초저가 항공사는 자체 좌석을 싸게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대형 항공사들이 경쟁 노선에서 운임을 낮추도록 압박하는 역할도 해왔다.
그런 경쟁자가 사라진 상황에서 아메리칸과 유나이티드, 사우스웨스트가 수익성이 낮은 항공편까지 줄이면 저가 여행객이 선택할 수 있는 좌석 자체가 감소할 수 있다.
다른 저비용 항공사들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CNN은 Frontier 등 일부 저비용 항공사가 프리미엄 상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텍사스 여행객에게는 어떤 영향
텍사스는 이번 항공편 조정의 영향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는 지역이다. 북텍사스에는 아메리칸항공의 최대 허브인 DFW 국제공항과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본거지인 달라스 러브필드가 있다.
따라서 두 항공사의 공급 조정은 DFW 지역 여행객에게 특히 직접적으로 체감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항공사들은 DFW나 달라스 러브필드에서 어떤 노선을 줄일 것인지 구체적인 목록을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DFW 특정 노선이 폐지된다”거나 “텍사스 항공편이 대규모로 감축된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로이터도 세 항공사가 구체적인 감편 노선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스틴과 휴스턴, 샌안토니오 등 다른 텍사스 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비인기 시간대 운항편이 줄면 하루 선택 가능한 출발 시간이 감소하거나 경유편을 이용해야 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유가 내려가면 다시 달라질 수도
다만 현재 상황을 장기적인 항공편 감소로 단정할 수도 없다. 항공사들의 대응은 상당 부분 앞으로의 유가에 달려 있다. 제트연료 가격이 다시 안정되면 현재 경제성이 떨어진 노선의 수익성도 달라질 수 있다.
또 항공료는 연료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델타항공의 에드 배스천 CEO는 지난 7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항공료는 결국 공급과 수요의 함수라고 설명했다. CNN에 따르면 현재 항공사들이 높은 운임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강하다고 밝히는 것도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이유다.
반대로 경기 둔화 등으로 여행수요가 약해지면 항공사가 높은 연료비를 모두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현재 분명한 것은 제트연료 가격이 다시 갤런당 4.50달러를 넘어섰고, 아메리칸·유나이티드·사우스웨스트가 연말 운항계획을 축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가장 저렴했던 비인기 시간대와 저수익 항공편이 감축의 우선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올 연말 미국 내 항공여행에서는 “얼마나 비싸졌느냐” 못지않게 “싼 항공권을 고를 선택지가 얼마나 남아 있느냐”가 소비자들의 새로운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