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CDC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진 중인 백신 정책의 대대적 변화와 관련해 미국 보건 분야의 전직 고위 당국자들이 연이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공개된 서한과 기고문에서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이끄는 보건 지도부와 새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비체계적이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방식으로 백신 정책을 변경하고 있다”며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전 모나레즈 전 CDC 국장이 해임된 뒤 항의 사퇴한 CDC 전직 지도자 3명은 4일(현지시간) 의료 매체 ‘Stat’에 실린 기고문에서 CDC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백신의 이점은 축소하고 위험만 부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6·9월 ACIP 회의에서는 근거 자료가 빈약하거나 동료 검토조차 거치지 않은 발표가 이어졌으며, “위원회가 과학적 기반과 절차적 엄격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고문은 “과학기구가 스스로의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 투명성과 신뢰가 모두 무너진다”며, 이번 주 예정된 회의의 느슨하게 구성된 의제는 “위험을 잘못 해석하거나 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근거가 미약한 가설을 공식 회의에서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공중보건에 부정적 파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직 지도부는 “위원회가 극단적 주장에 공식적 틀을 제공하면, 미래의 논의와 의사결정뿐 아니라 백신 공급과 접종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HHS)는 성명을 통해 “백신 안전성 자료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위험과 효과에 대해 명확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케네디 장관이 ACIP를 재구성한 것은 위원회의 독립성을 높이고, 기존에 기업 이해관계가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비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CIP는 이번 회의에서 모든 데이터를 검토하며 과학적 기준에 기반한 권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케네디의 접근 방식에 대한 우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에는 전 CDC 국장 9명이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케네디는 모든 미국인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경고했으며, 현·전직 HHS 직원 1,000여 명도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백신 승인 절차를 둘러싼 FDA 내부 논란도 커지고 있다. 최근 비나이 프라사드 FDA 최고과학책임자는 내부 메모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아동 10명의 사망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백신 승인 절차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전 FDA 국장 12명은 4일(현지시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공동 서한을 발표해, 이런 주장과 개편 시도가 “백신 개발과 업데이트를 규율하는 핵심 정책을 뒤흔들고, 공익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반박했다.
그들은 이번 절차 변경이 과학적으로 정당화되지 않은 위험 과장에서 비롯됐다며 사망 사례 10건에 대한 재검토 절차와 분석 방법이 공개되지 않았고 기존의 안전 기준을 거스르고 백신 개발에 과도한 부담을 더할 뿐만 아니라 규제 체계가 느려지면, 바이러스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서한은 “과학적 기준을 버리고 소수 개인의 일방적 판단으로 규제를 바꾸는 것은 FDA의 국제적 신뢰를 훼손한다”며 “신뢰 회복의 길은 절차와 증거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이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주 열리는 ACIP 회의는 소아 백신 일정 전면 수정 여부를 결정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출생 직후 신생아에게 투여하는 B형간염 백신 1차 접종을 수주 또는 수년 뒤로 미루는 방안이 표결에 부쳐질 수 있어, 다수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