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BC 뉴스 캡쳐
[휴스턴=텍사스N] 텍사스 휴스턴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으로 50대 남성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당시 차량에 타고 있던 동승자들이 ICE 측 발표와 배치되는 진술을 내놨다.
연방법원에 제출된 자필 진술서에 따르면 동승자 2명은 ICE 요원들이 탄 비표시 차량이 피해 차량을 뒤와 옆에서 들이받은 뒤 총격을 가했으며, 숨진 운전자가 요원들을 차량으로 위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 휴스턴 동부에서 ICE 요원의 총격을 받고 숨진 남성은 로렌소 살가도 아라우호(52)다.
차량 뒷좌석에 타고 있던 다니엘 티라도 판토하는 스페인어로 작성한 진술서에서 “어느 순간에도 요원들이 차량 앞에 있지 않았다”며 “로렌소는 완전히 정차한 상태였는데도 요원들이 총을 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동승자 호세 트리니다드 로하스 플리에고는 ICE 차량들이 자신들을 추격하다 갑자기 차량을 에워쌌고, 동승자들이 살가도 아라우호에게 차를 멈추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로렌소가 차량을 세웠지만 요원이 그대로 총을 쐈다”며 “요원들이 차량에 치일 위험에 있었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어느 요원도 차량 앞이나 뒤에 없었고 모두 옆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ICE는 지난 7일 총격 직후 살가도 아라우호가 단속 차량을 들이받고 요원을 향해 차량을 몰아 요원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발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동승자 진술은 ICE의 기존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티라도 판토하는 ICE 차량 한 대가 밴의 뒤를 들이받은 뒤 다시 옆면을 충돌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총격 이후 살가도 아라우호가 스페인어로 “그들이 나를 죽였다”고 외쳤다고도 밝혔다. 그는 또 한 요원이 총을 쏜 요원과 총기를 바꾸는 장면을 목격했으며, 총격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주장했다.
로하스 플리에고는 총격 직후 요원들이 자신을 차량 밖으로 거칠게 끌어낸 뒤 손목과 발목에 수갑을 채웠으며, 다른 동승자들에게도 같은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앞좌석에 탔던 피해자의 형제 역시 요원이 차량 조수석 쪽에서 총을 발사했으며 “형을 쏠 당시 총구가 내 얼굴 앞에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의 자필 진술서는 이번 법원 서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진술서는 동승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인신보호청원과 함께 휴스턴 연방법원에 제출되면서 공개됐다. 동승자들은 현재 휴스턴 북부 콘로의 이민 구금시설에 수감돼 있다.
연방법원은 로하스 플리에고를 법원의 허가 없이 다른 지역 구금시설로 이송하거나 추방하지 말라고 국토안보부(DHS)에 명령했다. ICE는 법원의 명령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질의를 감찰관실과 연방수사국(FBI)에 넘겼다. 감찰관실은 총격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FBI는 연방요원에 대한 공격이 있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사건 당시 요원들은 보디캠을 착용하지 않았고 단속 차량에도 대시보드 카메라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비아 가르시아 연방하원의원은 ICE 수장으로부터 차량용 카메라가 없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현장 인근의 방범카메라와 목격자 휴대전화 영상이 현재까지 공개된 유일한 사건 영상이다. 영상을 검토한 치안 전문가 14명은 ICE 차량이 정차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경광등이나 사이렌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백악관 국경정책 책임자인 톰 호먼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ICE 차량에는 경광등과 사이렌이 장착돼 있어야 하며 차량을 멈추게 할 때 이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광등을 켜지 않았다면 문제가 있다”며 해당 사건에서 실제로 장비가 작동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ICE 요원 전원이 가능한 한 빨리 보디캠을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방검찰 측은 요원들이 수배 중이던 과테말라 출신 남성 2명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흰색 밴을 추적했고, 살가도 아라우호의 차량이 용의 차량과 비슷해 정차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운전자가 차량을 후진했다가 다시 전진시키는 과정에서 요원이 차량 안쪽에 일부 몸을 넣었거나 바로 옆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장면은 공개된 영상에서 확인되지 않으며, 차량 동승자들의 진술과도 다르다.
영상과 차량 사진을 검토한 전문가들은 운전석 측면의 긁힌 흔적이 ICE 차량의 충돌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피해자의 총상이 오른쪽 아랫배에 있다는 점을 들어 총탄이 조수석 창문 방향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FBI는 차량 안에서 발견된 흰색 물질이 담긴 비닐봉지를 검사하고 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해당 물질이 마약이 아니라 무더위 속에서 탈수를 막기 위해 물에 타 마시던 소금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에 제출된 탄원서와 신원보증서에는 차량 동승자들이 범죄 전력이 없고 성실하게 일해온 사람들이라는 가족과 고용주의 증언도 포함됐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추방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ICE 요원들이 얼굴을 가리고 비표시 차량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














